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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May 28. 2021

세석평원의 음양수

- 산청군의 옛이야기 1 <옛이야기 속으로>

지리산 세석평원은 촉대봉과 영신봉을 잇는 능선에서 남향으로 완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그 둘레가 이십 리나 된다. 이곳에는 마시면 누구나 소원대로 아들딸을 낳을 수 있다는 신비의 샘 음양수가 있다.


아득한 옛날 남녀 한 쌍의 부부가 지리산 대성동 계곡에 살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남해안에서 섬진강을 따라 화개골을 거쳐서 지리산에 찾아든 최초의 사람들이었다. 이들 부부는 계곡에 가정을 꾸미고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다만 이들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슬하에 자녀를 두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산 과일을 따기 위해 산골 깊이 들어가고 없는 사이에 근처에 살고 있던 검정곰이 아내에게 찾아와서 이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세석평원에 소원대로 아들딸을 낳을 수 있는 음양수라는 신비한 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 말을 들은 여인은 기뻐서 쩔 줄을 몰라 미처 남편과 상의할 사이도 없이 혼자서 단숨에 음양수로 달려가서 샘물을 실컷 마셨다.


그런데 평소에 곰과 사이가 좋지 못한 호랑이가 곰과 여인이 주고받던 대화내용을 엿듣고 지리산 신령에게 고해 바쳤다. 그러자 산신이 대로하여 음양수의 신비를 인간에게 발설한 곰을 토굴 속에 잡아가두고, 호랑이는 그 공으로 백수의 왕이 되게 하였다.


또한 음양수의 샘물을 훔쳐 먹은 여인에게는 세석평원의 돌밭에서 평생토록 혼자서 철쭉꽃을 가꾸게 하였다. 그날부터 여인은 세석평원에서 날이면 날마다 닳아터진 다섯 손가락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꽃밭에 뿌리며 꽃밭을 가꾸게 되었으니 철쭉꽃나무는 무럭무럭 자라서 여인의 손가락에서 흘러내린 핏빛 같은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그 후 여인은 촉대봉 정상에 촛불을 켜놓고 천왕봉 산신령을 향하여 죄를 빌다가 그대로 돌이 되었는데, 촉대봉의 앉은 바위는 가련한 여인이 돌로 굳어진 것이라고 한다.


한편 여인의 남편은 산 과일 따러 나간 사이에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고 사라진 아내를 찾으려고 날마다 지리산 일대를 헤매다가 칠성봉 중턱에서 까마귀로부터 아내의 소식을 전해 듣고 단숨에 세석평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산신령의 저지로 접근할 수 없게 되자 세석평원 중턱 능선의 높은 봉우리에서 발돋움을 하고 세석평원을 향하여 아내를 부르다가 돌이 되었다. 그리하여 칠성봉에서 세석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절벽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를 여인의 남편이 아내를 불렀다고 하여 호야봉이라고 한다고 하며, 호야봉의 모습 또한 아내를 부르다가 돌이 된 남편의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산청군 시천면)


출처: 경남농협, [97경남방문의 해] 경남전설을 찾아서, 향토자료출판사, 1997, 190~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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