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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Jun 25. 2021

두꺼비와 처녀

- 하동군의 옛이야기 3 <옛이야기 속으로>

옛날 두치강(豆恥江. 섬진강) 하류의 두치진(豆恥津) 나루터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마음씨 착한 처녀가 있었다. 이 아가씨가 어느 날 저녁밥을 짓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두꺼비 한 마리가 부엌으로 들와서 큰 눈자위를 껌벅이며 쳐다보았다. 처녀는 외롭게 쳐다보는 두꺼비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꺼비한테 밥을 주고 두꺼비가 잠을 잘 집을 지어 함께 살았다.


이 두꺼비가 처녀의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산 지 벌써 3년이 지난 어느 여름날 밤이었다. 섬진강 상류에 홍수가 나서 온 동네가 물에 잠기게 되었다. 잠을 깨어 둘러보니 사람과 가축은 물론이고 집까지 노도(怒濤)와 같은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이 처녀도 둥둥 떠내려가며 “사람 살려”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때였다. 그 동안 자기가 기른 솥뚜껑만한 큰 두꺼비가 갑자기 나타나 서둘러 달려왔다. 허우적거리는 처녀 앞에 등을 내밀었다. 처녀를 등에 태우고 두꺼비는 있는 힘을 다하여 강기슭을 향해 헤엄쳤다. 강기슭에 도착하자 두꺼비는 그만 죽고 말았다. 이 처녀는 강기슭 동산에 두꺼비를 장사지내고, 매년 제사를 지내주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은, 그 처녀가 두꺼비를 타고 도착한 곳을, 두꺼비 나루라는 뜻으로 섬진(蟾津)이라 부르고, 강은 섬진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사동 마을 앞을 흐르는 섬진강이 강안(江岸)에 폭 5미터가량 되는 두꺼비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홍수가 지면, 이 바위가 물속에 잠기지만 평상시에는 마치 두꺼비가 강을 헤엄쳐 가는 형상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 마을이 부유해지려면, 이 두꺼비 바위가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풍수설이 전해오고 있다.(하동군 하동읍)


출처 : 하동향토사연구위원회, 하동의 구전설화, 하동문화원, 2005, 38~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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