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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Sep 10. 2021

상사바위 이야기2

우리 고을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조선 숙종 때 전라남도 여수 돌산에 살고 있던 젊은 어부가 남해 상주로 이주해 왔다. 젊은 어부는 풍광이 좋고  어족자원이 풍부한 상주에 정착하기 위해 셋방을 얻으러 다니다가 어느 집 사랑채를 빌릴 수 있었다. 새벽 일찍부터 바다에 나가 저녁 늦게까지 고기잡이를 하던 젊은 어부는 언제나 밤이 이슥해서야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피곤함에 지친 젊은 어부는 평상시보다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서게 되었다. 그런데 우물가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인이 빨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늙은 과부 혼자 사는 집인 줄 알았던 젊은 어부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온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내가 셋방살이 하는 집에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살고 있었다니?"

충격을 받은 젊은 어부는 마을 사람들에게 젊은 여인에 대해 물었다.

"그 아이는 결혼을 하자마자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수절을 하는 열녀이니 언감생심 딴 생각일랑 하지 마시구려."


젊은 어부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사병이 들어 몸져 눕고 말았다. 세 들고 이제까지 젊은 어부는 새벽 일찍 바다에 나가고 젊은 과수댁은 아침에 들에 나가 농사를 짓다 보니 둘이 마주 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젊은 어부는 며칠 째 방에서 나오지 않고 열병을 앓으며 과수댁만 생각했다. 과수댁은 며칠 째 세 들어 사는 총각의 신발이 그대로인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총각의 방문을 두드리고 말았다.


 “어디가 아프신지요? 왜 요즘은 바다에도 안 나가고 방에 누워 계신지요?”

 젊은 어부는 부끄러움에 말을 떼지도 못하다가 결국 사실을 말하게 되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지만 부끄러워 말도 못하고 그만 상사병에 걸려 이렇게 앓고 있다오.”


과수댁은 총각의 아픔을 알았지만 절개를 지켜야 하는 아낙네로서 선뜻 총각을 받아들일 수 없어 음식과 약을 들여보냈지만 상사병은 나을 줄 몰랐다. 젊은 어부가 죽음을 앞둔 지경에 이르자 과수댁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의 마음을 받아 주려고 결심했다. 하지만 젊은 어부의 상사병은 몸까지 망쳐 거동초자 마음대로 못할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과수댁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상사바위 이야기가 생각났다. 마을 뒤 금산에 있는 상사바위에서 사랑을 나누면 총각의 병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몸져 누운 돌산 총각을 데리고 금산 상사바위에 올라 힘겹게 운우의 정을 나누었다. 그러자 총각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그 후 둘은 혼인하여 아들딸 낳고 오래오래 살았다는 낭만적인 설화가 깃들어 있는 바위이다. 상사바위 주변에는 상사를 풀 떼 마셨다는 구정암, 감로수가 있다.

"김성철, 남해의 구전설화, 남해문화원"에 실린 '상사병을 치유하고 백년해로 하게 한 상사바위'를 바탕으로 고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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