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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Nov 01. 2021

대국산성 이야기1

우리 고을의 옛이야기 <옛이야기 속으로>

  옛날에 남해군 설천면 대국산 아래 '비란리'라는 마을에 사이좋은 두 형제가 서로 어지러운 세상에도 둥글둥글 살아가고 있었다. 그 형제 중에 아우의 이름이 '청이'었다. 두 형제는 나이가 들어 청년기가 되자 같은 마을에 사는 한 처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처녀는 미모가 뛰어났기 때문에 총각들의 눈길을 끌었고 청이의 형도 마음에 두고 있어 그 처녀는 마음속에 아픔을 두고 있던 중 형제는 각각 그 처녀에게 사랑을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처녀는 형제 중 누굴 택할 것인지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이것을 눈치챈 두 형제는 이때부터 사이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하자 어느 날 형이 아우에게 “청아! 우리가 이렇게 귀한 세월만 보내며 안타까워 할 것이 아니라 무슨 방도를 생각해야 되지 않겠나? 아무리 생각해도 너와 나는 지고 싶은 마음이 없으이... 이 처자랑 맺어지지 못한다면 나는 차라리 죽음을 택할거야.” 하면서 형은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였다.

  형이 말하기를 “그네가 한 벌의 두루마기를 꾸미는 동안 나는 30관(약 112.5kg)의 쇠줄을 발에 묶고 20리(약 7.85km)길을 갔다 오기로 하고 너는 저기 대국산 위에다 돌로 성을 쌓는 거야. 싫다면 바꾸어서 해도 괜찮다.” 하면서 “이긴 사람이 그네가 만든 두루마기를 입고 그네랑 마주 대례를 치르는 거야. 그리고 우리가 약속한 일은 그네가 꾸미는 두루마기보다 빨리 끝내는 것으로 하자. 만약 늦게 끝내면 우리 둘 다 깨끗이 그네를 잊고 이 마을을 떠나기로 하자.”하면서 동생 청이의 동의를 구하였다.

  청이도 승낙하고 그해 가을 달 밝은 보름날 밤 처녀는 두루마기를 짓고 형제는 약속대로 일을 시작하였다. 밤이 깊어 달이 서산에 걸릴 무렵에 아우 청이는 성을 다 쌓았다. 그때까지 처녀는 두루마기를 다 꾸미지 못하였고 형 역시 돌아오기 전이었다.

  형은 겨루기에 져서 억울하였다. 그러나 약속한 것이라 미련을 남기지 않고 운명이라 생각하고 한숨을 돌린 채 칼로 자기 가슴을 찔러 죽고 말았다. 청은 막상 겨루기에서는 승리하였으나 형이 죽고 나니 미안함과 서러움에 눈물로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 후 날로 왜구들의 침략이 심해지자 청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 자기가 쌓은 성을 이용하여 적을 무찌르고 마을의 안녕을 지켰다. 왜구들이 성을 기어오르고 화살이 비 오듯 날아왔지만 청의 군사들은 굽히지 않고 싸워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고 전해오고 있으며, 지금도 산성에는 대포에 맞는 흔적들이 남아있고 청이 형제의 사랑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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