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5일)
미국 여행이 끝나가면서, 마지막 아침 산책길에 나선다.
산책 코스는 언제 걸어도 기분 좋은, 아파트 남쪽 방향 허드슨 강변 코스다.
시원한 강바람 때문인지 공기가 늘 맑고, 따가운 햇살의 무더운 날씨에도,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 아래만 들어가면 시원한 점이 너무 좋다.
뉴저지를 떠나기 전 허드슨 강변 맑은 공기를 듬뿍 마시며 아쉬움을 달랜다.
언젠가는 맞이할 이별이지만, 이별은 늘 애잔함을 몰고 온다.
딸이 근무를 마친 저녁 시각, 딸과 엄빠는 조촐한 이별 파티를 한다.
인근 Liquor store에서 처음 보는 베트남 맥주와 이탤리산 와인을 한 병 사 온다.
스테이크, 갈비와 연어 샐러드가 식탁 위에 등장한다.
처음 접하는 4.8도의 베트남 오이 맥주, 'HoD'에는 조그만 글씨로 정겨운 건배 구호인 '못 하이 바 요 (mot hai ba yo!, one two three cheers!)가 적혀 있다.
내가 인정하는 '사이공 스페셜' 보다도 훨씬 신선하고 산뜻한 맛이라 깜짝 놀랐다. 새로운 발견이다.
엄빠는 딸의 수고에 고마움을 표하고, 딸은 부족함이 많았다고 아쉬워하며 이별의 잔을 부딪힌다.
어젯밤, 허드슨 강이 내려다 보이는 딸아이의 아파트 풍경이다.
이번 여행 목적은, 결혼식 준비로 외지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딸을 격려하고, 웨딩드레스를 함께 봐주고, 결혼할 예비사위에게 축하인사도 건네는 것이라고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 난 별로 한 일이 없었다.
아내의 '가방 들어주는 사람' 역할만 했다는 나의 농담에 딸은, 아빠는 엄마의 든든한 '보디 가드'라고 응답한다.
도착한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2주간 딸의 세심한 배려 속에 불편함 하나 없이 잘 지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부부가 마치 뉴저지에 사는 뉴저지안이 된 기분마저 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한동안 고민하면서 결정하지 못했던 웨딩드레스를, 엄빠와 함께 있는 동안 딸이 마침내 결정했기에, 이번 여행이 의미가 있었다.
또한, 예비 사위에게는 축하의 글을 전해 줌으로써, 가족의 일원으로 맞이하는 나의 마음도 전했다.
예비 사위로부터는 피클볼 라켓, 보조 배터리 선물을 받았고, 딸로부터는 우리 두 사람 모두 운동화 선물까지 받았으니 호찌민으로 돌아가는 우리 부부의 발걸음이 가볍기 그지없다.
대신 딸이 곧 완성할 '아빠와 함께 춤을' 댄스 비디오를 잘 보고, 결혼식을 대비해 연습해야 되는 가볍지 않은 숙제를 가지고 돌아간다.
다음날인 오늘, 이른 아침부터 세 사람은 분주하다.
딸은 오늘 오후, 먼저 출발한 예비 사위가 가 있는 유럽으로 출발해야 된다. 뉴왁 공항이라 우리가 먼저 JFK 공항으로 출발해야 한다. 아파트 입구에서 딸과 아쉬운 이별의 포옹을 나눈다. 12월에 한국에서 볼 수 있으니 아쉬움이 조금 덜하다.
JFK 공항에서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린다.
이번에는 두바이를 거쳐 호찌민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제는 탑승 수속도 디지털화 되어, 무인 카운터 옆 기기에서 탑승객 본인이 직접 Boarding Pass와 Baggage tag까지 직접 발행해서 수하물에 부착해야 한다.
항공사 직원은 진행 Process상의 Bottleneck만 해결해 준다.
나 같은 아날로그 인간에게는 점점 Challenge가 많아지는 세상이니, 정신 차리고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인생 자체가 장기간의 여행이지만,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낯선 환경에 자신을 던져 보고,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접하고,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는 여행은 우리의 삶을 살찌운다.
또한, 여행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설렘, 여행지에서 만드는 추억, 여행을 마치며 느끼는 아쉬움 속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이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
두바이행 비행기와 함께, 다음 여행을 기대하는 우리 부부의 마음도 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