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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Jun 01. 2024

부마의 눈동자

정부비판 한마디면 소리 없이 사라지던,

서슬 퍼런 유신독재는 정점을 찍고,

민중의 삶은 피폐해지고,

자유는 사라진, 암울한 세월의 끝자락

 

1979년 10월 15일 오후

상대 다섯 동급생의 결의에 찬 얼굴

숨 막힌 우암동 다락방 새벽을 맞고

상대 앞 벤치에서 나누어진 선언문

 

1979년 10월 16일 오전 10시

인문사회관 306호, 206호 강의실

기어이 터져버린 구국선언

상대학우들의 행진

 

유신 철폐! 독재타도!

도서관 앞 잔디밭을 가득 메운 학우들

유신대학의 오명을 떨쳐내고,

부산의 명예를 되찾던 날.

 

순수한 1만 학우의 함성이

효원의 대운동장을 메우고,

대치선이 만들어진, 숨 막히던 신정문

기동대의 페퍼포그 선공

 

교내를 짓밟은 기동대 차량들

교정을 가득 메운 최루탄 가스

무너져 버린 사대부고 담장

뚫리고야 만 구정문

 

정의를 향한 학우들의 분노는 

부산역을 거쳐 시내에서 모이고,

남포동 골목, 광복동 거리는

민주의 함성, 민주시민들의 물결

 

부마는, 억눌렸던 시민들의 민중항쟁

상인들은 시위대에 빵과 물을 건네고,

셔터문 닫아 학생들 보호하고,

마침내 시민들도 학생시위에 동참한,

 

18년 유신독재의 심장이 쓰러지고,

한 판의 신명 나는 굿판

아뿔싸, 어처구니없는 괴물의 등장,

잔치를 뒤엎은 또 다른 군부 독재

 

회색빛 3당 합당,

생뚱맞은 미지의 부산 운동권

어처구니없는 역사 왜곡 장난질

도둑맞은 명예, 잊혀진 부마

 

40년의 세월이 흐르고

기억의 강물도 아련해지고...

민주주의는 민중의 피를 먹고

소리 없이 자라는 법.

 

부마팔이들은 잔치를 멈춰라!

역사의 가면이 벗기는 날은

진실의 창문이 활짝 열리는 날,

학우들의 해맑은 웃음 되찾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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