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등학교 시절 (2)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의 12년 학창 시절에 걸쳐 나에게 이유 없이 손찌검을 하거나 나를 괴롭혔던 동급생이 2명 있었다. 고3시절 Y와 S였다.
당시 뾰족한 방법이 없던 나는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저주를 내려달라고 하늘에 간절히 기도했다.
훗날 그 2명은 모두 50대에 이 세상을 하직했다는 소문을 듣고, 나에게는 나를 지켜주는 나만의 수호신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고 3 초반, 조용한 환경을 찾아 광복동에 있는 한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다음 날 그곳에서 곧바로 학교를 다니곤 하던, 나는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심한 소화 불량 증세를 느끼게 되었다. 학교 식당에서는 가락국수를, 독서실에서는 초코파이와 우유를, 매일 반복적으로 계속해서 먹으면서, 밤에는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다 보니, 소화 기능에 심각한 신경성 위장병 증세가 갑자기 나타나게 되었다. 위가 가스로 찬 듯한 심한 복부팽만감으로 도저히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학교에 가는 일, 교실에 앉아 있는 일이 모두 스트레스였다. 독서실 생활을 접고 집으로 철수했다.
설상가상으로 문과를 지원하겠다고 하는 나에게 담임 선생님은 이과를 강요했는데, 이를 거부하는 나를 어느 날 교무실로 불러, 꿇어 앉히고 구둣발로 나의 등을 밟으면서 많은 선생님들이 보시는 가운데 나를 나쁜 놈으로 몰아세웠다. 말썽 없이 조용히 학교 생활을 하던 내가 선생님으로부터 구타를 당하자 지나가는 다른 선생님들은 고개를 갸우뚱 지었다.
나의 교복 등 부분은 흰 구둣발 자국이 선명했다. 교무실을 나온 나는 화장실에 가서 구둣발 자국을 물로 대충 지우고 수업이 진행 중이던 교실로 들어갔다. 물리 선생이었던 그 담임 선생님은 과외 수업을 받는 반 친구가 과외 수업료를 제 날에 가지고 오지 않으면, 바로 부모님께 전화를 한다는 소문이 있어 우리 학교 친구들은 “돈열”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담임 선생님의 지시에 의해 키 큰 아이들이 있는, 제일 뒷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매일 봐야 되는 나의 얼굴을 앞자리에서 보기 싫다는 이유였다. 뒷자리로 옮기고 나니, 나는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했다.
당시 나는, 어디선가 냉수욕이 신경성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를 지독히도 괴롭히던 신경성 위장병 치료를 위해, 나는 한동안 집 대문 앞 드럼통 안에 얼어 있는 얼음을 깨고, 그 얼음물로 냉수욕을 시도하게 되었다. 주로 남들이 일어나기 전인 새벽에 얼음 깬 찬물을 머리 위에 몇 바가지를 붓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조용하던 마당은 바가지 물소리로 정적을 깨뜨리는 듯했다.
그러나 몇 주 동안 시도했던 냉수욕은, 결과적으로 신경성 위장병 치료에 별 효과가 없었다.
나의 공부에 대한 관심은 점점 멀어졌고, 나는 급격히 떨어지는 성적에도 관심이 없어졌다. 결국 공부를 포기하게 되었다.
공부를 포기하고 있던 고3 어느 날, 평소 거의 교류가 없던 한 친구가 경주로 놀러 가자는 제안을 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아무 생각 없이 나는 그 친구를 따라 기차에 올랐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그 친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또 다른 제의를 해 왔다.
“우리 가출할까?”
갑자기 문득, 누구보다 애태우실 엄마가 떠올랐다.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현명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결국,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그다지 유쾌한 기억이 많지 않은 상태로,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