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직장 동료들과의 만남

2025년 2월 13일

by 해송

오늘 저녁, 몇 년 만에 서울에서 옛 직장 동료들을 만난다.


이들은 28년 전 내가 신설 해외영업팀의 팀장으로 근무할 때 같이 근무하던 팀원들로 자랑스러운 ‘동지’(同志)들이었다.

당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신설팀에서 만나 의기투합하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했었고, 사내에서 우수한 성과도 인정받았었다.


이후, '선택과 집중'이라는 회사의 정책으로 인해 우리가 담당했던 사업들이 해외기업들에 매각되고 전체 사업본부가 해체된 후, 나는 해외지사로 발령이 나고, 다른 사람들도 각자 서로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10여 명의 팀원들은 일당백의 능력자들 답게,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해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이후 당시 회사 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해외지사나 법인으로 발령이 나거나, 임원으로 승진을 하거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다국적회사로 이직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그 신설팀에서 겪었던 애환과 추억을 오랫동안 서로 공유하고 있기에, 내가 한국 출장을 올 때마다 정기적인 만남을 가지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나중에는 비정기적으로 만나다가, 이제는 가끔 안부를 주고받으며 지내오고 있다.


오늘 만난 동료 중 한 사람은, 우리 아들, 딸을 위해 한국의 어린이용 서적들을 오랫동안 보내 주기도 하고, 또 다른 동료는 LA 지사에 근무하던 중, 우리 가족의 미국 여행 기간 동안 호텔 대신 자신의 집에 머물면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도 했다.

또 다른 동료는 내가 거주하고 있는 호찌민의 지사장으로 발령을 받아와, 같은 도시에서 가까이 지내기도 했었다.


오늘의 만남이 정확히 얼마만인지 알 수는 없다.

만남보다, 좋은 추억으로 남겨 두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연락을 아껴왔던 후배들과의 만남이었다.

오늘 만나는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적어도 얼굴을 못 본 지 4~5년 정도는 족히 된 것 같다.

오랜만에 이루어진 나의 서울 나들이에 호응해서 기꺼이 시간을 내어준 후배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연락을 맡은 후배가 마포에 있는 미쉐린 식당으로 예약을 했다고 한다.

나의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부산에서 올라온 옛 상사를 위한 배려심이 느껴진다. 내가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도 후배들은 이미 모두 도착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도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면서도, 서로가 바빠 얼굴을 못 본 지 2년은 된 것 같다고 무척 반가워한다. 수년간 계속해서 미쉐린 레스토랑으로 유지 됨직한 맛이 그 식당의 음식들에서 느껴진다.


현재, 한 후배는 미국회사의 한국 대표로, 다른 후배는 옛 직장에서 아직도 근무 중이고, 또 다른 후배는 미국회사를 끝으로 직장상활을 그만두고 이제는 한류 열풍 속에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여전히 저마다 열심히 활동 중이다.


후배들은, '남자는 외로운 존재' '아이들은 엄마 편' 등 기억나지 않는 당시 나의 어록들도 상기시킨다.

일순간, 치열했던 직장생활 속에 리더로서 팀원들을 독려하면서 나름 위아랫사람들 간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동분서주했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또한, 이들은 팀원들을 위해 기꺼이 감수했던 나의 희생들을 상기시키며 그때 고마웠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어려웠던 순간들은,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술잔이 거듭 채워지면서,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입장에서 각자 관심사들을 늘어놓는다.

'급변하는 AI 시대에, 성인이 된 자식들에게는 그저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는 것이 현명한 답이다'라는 공감대도 형성된다.

열차시간을 고려해, 아쉬움은 인근 호프집에서 입가심 맥주 한잔씩으로 마무리한다.


서울역으로 가는 택시까지 잡아주고 떠나는 후배들의 모습에서 사라진 듯한 향수 같은 옛 시절의 아련한 분위기가 살짝 느껴진다.

요즘은 사라진 약간의 군대식 분위기라고 할까.


한 후배는 시골에서 상경한 형님 대하듯, 기차는 잘 탔는지 확인하는 최종 마무리까지 알뜰히 챙긴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옛 동지들과 나누었던 과거의 정, 오늘의 정을 다시 한번 회상해 본다.


새벽부터 시작된 서울 나들이 속 오늘의 만남이 오랜만의 한 만남으로 넘기기에는 여운이 많이 남는 것 같다.

먼 듯 가까이 있는듯한 인연들이다.

오늘 하루의 순간순간들도 한국에서 느낀 소소한 일상의 한 행복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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