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인정

(2025년 4월 12일)

by 해송

우리는 모두 다르다.

사람은 태어난 후 다양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학창 시절을 거치며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사회생활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과 경험들을 축적하고, 이를 통해 공동체의 발전에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를 한다.

공동체 내의 타인들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주기도 하면서 자신의 가치관도 정립해 나간다.


지인들의 모임에 참석해 보면 소수의 사람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늘어놓거나 심지어 동조를 강요하는 듯한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통상적인 모임에서는 지나친 정치, 종교 관련 주장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모임 취지에 도움이 되는 대화가 아니라면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듣기만 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묵묵히 듣고 있는 사람들도 내심으로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나는 지인들과의 만남이 있을 경우, 주로 듣는 편에 속한다.

성호(星湖) 이익(李瀷)의 관물 편(觀物 篇)에서 유래되는 유단취장(有短取長)이라고 하는 고사성어가 있다. 유단취장(有短取長)이란, 단점이 있어도 그 속에 있는 장점을 보고 취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유단취장이란 말처럼, 뭔가 부족해 보이는 사람한테도 자세히 살펴보면 적어도 한 가지는 배울 점이 있다고 나는 늘 생각하기에, 지인들과의 만남이 있을 때마다 한 가지라도 배울 점이 있는지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말이 없거나 적은 사람들에게 때로는 의도적으로 말을 걸어 보곤 한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젊은 시절 잘 나가던 때의 무용담 하나는 있게 마련이고,

불행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사람도 가슴에 묻어둔 아픈 사연 하나씩은 다 가지고 산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하나라도 배우거나 크게 깨닫고 오는 날은 기쁘기 그지없는 날이다.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리고, 부모 형제, 부부, 친구 간에도 사안에 따라 다른 의견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이 세상에 내 생각과 일치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내 마음에 꼭 드는 사람마저도 찾기 어렵다. 진정으로 내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엄청난 행운을 만난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좋든 싫든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성장 배경,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에, 가진 가치관이 다름을 인정해야 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남이 틀리다고 생각하는 한국 문화는, 성적의 서열을 매기고 정답 하나만을 고르는 잘못된 입시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입시 교육은, 아이들을 무한경쟁의 정글 속에 몰아넣고 경쟁을 통한 우열을 매기고,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을 주입시키는 잘못된 교육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또한, 사회적 강자들이 약자들보다 법을 무시하거나 어기고, 거짓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경향이 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끄는 주역은, 다양한 분야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평범한 시민들이거나 세계 무대에서 국위 선양을 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감동을 준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주인공 김장하 선생은 우리 사회가 본받아야 할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위해 국민들을 편 가르기 시켜 정쟁을 부추겨온 것도 전형적인 구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사회구조의 배경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성향 차이로 주변에는 심한 경우 아버지와 아들이 갈라서고, 부부간에 대화가 단절된 사례도 볼 수 있다. 지인들 간에도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은연중에 어느 한쪽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무의식적으로 편승된 경우의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성인이 되면, 누구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사고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아무런 의미 없는 비생산적인 논쟁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그러한 갈등 속에 살아가는 삶도 또 하나의 서로 다른 삶이겠지만, 자기주장을 너무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기에,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손해다.


우리는 ‘다름’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틀림’으로 판단하며 상대를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공동체 구성원 중 '다른 사람'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과 이해의 대상인 것이다

참고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쏟아내는 유튜브 동영상들, 허위 사실을 그럴듯하게 유포하는 수준 낮은 정치인들의 억지주장들은 진실과 정의에 반하는 '틀린' 내용이기에, '다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는데, 다양한 인생에서 나만이 정답이라고 착각하고, 다양한 남의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나보다 못한 사람에 대해 배려하고, 나보다 나은 사람은 인정해 주고, 안분지족 (安分知足) 하며, 긍정적 언어로 건강한 대화를 나눈다면 사회적 갈등의 많은 부분들이 해소될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곧 세상을 더 넓게 보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이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우리 모두가 ‘다름’을 인정할 때, 더욱 사람냄새나는 세상, 더욱 따뜻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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