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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Aug 10. 2024

카메라 옵스큐라

연극 나라의 앨리스

한 인물이 등장했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붉은 사내였다. 그의 팔과 다리는 문틀의 나무와 일치하도록 길게 뻗어나간 형태였고, 그의 몸통은 문판처럼 단단하고 굳세 보였다. 그는 서재의 출구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는 자신의 몸을 문틀에 끼워 넣었다. 그의 얼굴은 문설주 근처에서 살짝 드러나 있었지만, 눈을 감고 있어서 누군가 그를 문으로 인식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몸을 비틀어 마지막 남은 검은 공간을 채웠다.


서재의 문이 조심스럽게 닫히고, 공간은 고요한 정적에 잠겼다. 마치 시간마저 멈춘 듯한 순간이었다. 이때, 조명 조수 중 한 명이 등장했다. 그는 흰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으며, 주의 깊게 행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책상 아래로 길다란 관을 조심스럽게 연결했다. 관은 서재 벽 너머로 뻗어 있었고, 그 끝에는 거대한 안경을 쓴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두꺼운 노란색 렌즈를 안경에 끼우고 서재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노란 렌즈를 통해 서재 내부의 모든 디테일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책장에 놓인 책들의 제목, 서재 내부의 장식물, 심지어 바닥에 깔린 카펫의 무늬까지도 그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서재는 조용한 고요함에 잠겨 있었고, 모든 것이 정밀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색깔과 크기에 따라 정리되어 있었고, 각 책의 제목은 빛을 받아 은은한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앨리스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마치 꿈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노란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는 현실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모든 것이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고, 각 사물은 마치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관의 다른 한쪽 끝에서는 한 사람이 두 손을 모아 관 너머의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램프를 연기하고 있었다. 두 손은 끊임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타오르고 일렁이는 램프의 생동감을 높였다. 램프의 불빛은 따뜻하고 부드럽게 서재를 비추었고, 그 빛은 마치 마법처럼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램프의 빛이 서재 안에 퍼지자, 공간은 따뜻한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빛은 서재의 모든 구석구석을 감싸 안으며, 마치 황금빛 베일을 덮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책장의 책들은 램프의 빛을 받아 더욱 빛났고, 서재의 가구들은 그 빛 아래에서 은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앨리스는 램프의 빛이 서재의 벽을 타고 흐르며,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서재를 감싸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램프의 불꽃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일렁이며 방 안의 공기를 따뜻하게 데웠다.


램프 설치를 마친 조명 조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작업을 마무리하고, 벽 근처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 다음, 그는 조심스럽게 벨트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장갑을 꺼냈다. 장갑은 마치 별빛을 담은 듯, 작은 빛의 조각들이 반짝였다. 그는 천천히 장갑을 손에 끼웠다. 장갑이 그의 손을 감싸자, 빛나는 장갑이 그의 팔까지 이어지며 마치 그의 손이 별빛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장갑을 손에 끼운 조명 조수는 곧바로 사람으로 만들어진 서재 벽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신중한 동작으로 벽을 만지며, 손끝에 전해지는 미세한 감각을 느꼈다. 빛나는 장갑이 그의 손을 따라 반짝이며, 벽에 닿는 순간마다 은은한 빛을 발했다. 그는 벽의 작은 틈과 표면을 이용해 정확한 위치에 손과 발을 내디뎠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오래전부터 이 작업을 해온 듯 자연스럽고 능숙했다. 그는 벽을 타고 오르며, 마치 벽과 한 몸이 된 것처럼 안정감 있게 움직였다. 사람으로 만들어진 벽은 조명 조수의 움직임에 따라 미세하게 떨리며 그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그의 손끝에서 반짝이는 빛은 벽을 따라 올라가며, 마치 작은 별들이 벽을 타고 오르는 것 같은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천장에 도착한 그는 크리스탈 샹들리에 근처에서 멈춰 섰다. 이 순간, 그의 몸은 천장의 구조물과 완벽하게 일치하며 자연스럽게 융합되었다. 그는 천장에 몸을 고정하고, 크리스탈 샹들리에의 일부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과 팔은 샹들리에의 크리스탈 조각들과 하나가 되어 반짝이는 장식물로 변했다. 그의 다리와 몸통은 천장의 샹들리에를 고정하는 구조물의 일부가 되었다.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한 편의 연극 장면을 창조해냈다. 그들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며, 각자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의 조명 조수는 램프를 연기하는 사람에게 지시를 하며 서재 안의 분위기를 조절했다. 그는 램프의 불빛이 일렁이는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도록 지시하며, 서재의 따뜻한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도왔다. 서재 안의 모든 배우들은 하나가 되어 공간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앨리스는 그 장면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마치 꿈속의 한 장면처럼 모든 것이 생생하고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 장면은 마치 마법 같았다. 램프의 따뜻한 빛깔은 서재 안에 고요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모든 사물들이 그 빛 아래에서 생동감을 얻었다.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한 편의 연극 장면을 창조해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며, 그 순간을 아름답고 완벽하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며,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이 작품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을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카메라 옵스큐라"에서 앨리스는 우리는 일상적인 공간이 어떻게 예술과 마법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경험하게 됩니다.


서재라는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려 합니다. 작품 속 인물들과 그들이 만드는 환상적인 장면들은 우리의 삶 속에서도 흔히 놓치기 쉬운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상기시켜 줍니다.


앨리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이 세계는 현실의 무거움에서 벗어나 꿈과 환상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감각을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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