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라의 앨리스
'마치 무대 뒤의 비밀스러운 세계를 엿보는 것 같아.' 앨리스는 혼자 있다고 여겼던 방에 이제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둘러보았다. 방 안의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이 환상적이고도 기괴한 세계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느꼈다.
"자, 이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시죠." 거대한 확대 안경을 쓴 남자가 지시를 내렸다. 그의 눈은 안경 너머로 커다랗게 확대되어 있었고, 그의 모습은 어딘가 권위적이면서도 기묘했다. 그는 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 짧고 흩날리는 회색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조끼를 입고 있었고, 셔츠의 소매는 팔꿈치 위로 접혀 있었다. 허리에는 여러 가지 도구가 달린 가죽 벨트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펜, 작은 노트, 그리고 미니어처 가위와 같은 기묘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가 말을 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명료하게 울려 퍼졌고,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사람들은 일제히 움직였다. 그는 마치 자신만의 독특한 리듬과 규칙을 따르는 이 세계의 지휘자 같았다.
그 옆에는 두 명의 조수가 서 있었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 천장에 매달려 조명을 연기하던 자들이었다. 그중 한 조수는 온갖 색상의 렌즈가 담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그의 지시를 받자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복도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조수들은 능숙하게 그들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고,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무대 뒤에서의 비밀스러운 무언극 또는 서커스 같았다. 앨리스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
사람들이 떠나고 빈 앨리스의 방은 그저 검은색의 공간이었다. 앨리스는 이 모든 것이 마치 한 편의 연극 같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맡아 연기하고 있었고, 그녀도 이 기묘한 극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생각에 잠겨 서 있었지만 눈앞의 광경에 계속해서 끌려 들어갔다. "어디로 가는 거야?" 앨리스가 자신을 연기했던 남자에게 물었다.
앨리스가 물었을 때, 남자는 쾌활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이 모든 혼란과 기이함 속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하는 듯했다. 그의 미소는 자연스럽고 자신감이 넘쳤다. "우리는 3조 교대로 일을 해," 그가 말할 때,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안정적이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오래된 회중시계를 꺼내어 흘끗 바라보았다. 그 시계는 고풍스럽고 정교한 장식이 새겨져 있었으며, 황금빛 광택이 나서 앨리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계의 뚜껑을 열자 작은 바늘들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시계를 잠시 들여다본 후 다시 앨리스를 향해 설명을 이어갔다. "방금 연기한 건 '앨리스 방'이었어. 앨리스는 '복도'를 지나 '티 룸'에 가 있어," 남자는 시계를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다시 넣으며 덧붙였다. 그의 말투는 마치 오래된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친근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앨리스는 '티 룸'에서 나오면 '서재'로 가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우리는 서재를 연출하러 가야 해." 그의 눈빛은 장난기 어린 빛을 띠었고, 그의 몸짓은 유연하고 자연스러웠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즐기는 듯 보였고, 그의 태도는 앨리스에게도 약간의 안도감을 주었다. 마치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그와 함께라면 안전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앨리스는 어느새 사람들의 물결에 떠밀려 복도로 나왔다. 그곳에는 흰 색칠을 한 사람들이 뒤엉켜 벽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의 피부는 눈부시게 하얗고, 몸 전체가 매끄럽게 이어져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보였다. 이들은 움직이지 않고 서로의 몸에 기대어 서 있었는데,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어 그 모습이 더욱 기묘했다. 누군가는 팔을 길게 뻗어 벽의 일부가 되었고, 또 다른 이는 다리를 굽혀 아래쪽을 향해 있었다. 그들의 눈은 무표정하게 앞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이따금씩 곁눈질로 '앨리스 방' 일행들이 서재로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이 숨을 쉬는 것조차도 하나의 유기적인 리듬을 이루어, 벽 전체가 느릿하게 오르내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들 사이로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고, 이는 마치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처럼 부드럽고 은밀했다. 그 속삭임 속에는 각기 다른 목소리가 섞여 있어, 앨리스는 그 의미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들이 손끝을 움직일 때마다 반짝이는 흰 가루가 떨어져 나갔고, 이 가루는 공중에서 서서히 흩어지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앨리스는 이 흰색 인체의 벽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며, 이 비현실적인 풍경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다음 장면 '서재'로의 여정을 준비했다.
작가의 말
사람으로 이루어진 벽은 유기적인 리듬으로 움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