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라의 앨리스
앨리스는 숨을 참으며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았다. 모든 것이 그녀에게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생생했다. 남자는 천장을 향해 붙어있는 앨리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계속 천장에 붙어있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나긋했다.
앨리스는 당황하여 대답했다. "어떻게 내려가는지 모르겠어요."
남자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조언했다. "발을 땅에 붙이는 걸 상상해. 마룻바닥이 너의 몸을 잡아당긴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야."
남자의 조언에 따라 앨리스는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이 가라앉는 것을 상상했다. 그녀는 마룻바닥이 자신의 몸을 천천히 끌어당기는 감각을 느끼려 애썼다. 바닥의 차가운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녀의 발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천천히 아래로 당기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온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발이 마룻바닥에 단단히 붙어있는 상상을 했다.
그 순간 앨리스는 몸이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발끝이 조금씩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곧이어 종아리, 무릎, 그리고 허벅지가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갔다. 중력이 그녀의 몸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기고, 그녀의 의지가 그것에 응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바닥의 질감이 피부에 점점 더 강하게 닿으며, 그녀는 점차 안정감을 찾아갔다. 마침내 튼튼한 마룻바닥에 발이 닿자 그녀는 눈을 떴다. 바닥을 딛고 보니 남자의 키가 앨리스보다 훨씬 더 컸음이 드러났다.
남자는 어느새 드레스와 가발을 내려놓고 정장 차림에 큰 모자를 머리 위에 얹고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 경쾌하게 얹혀진 그 모자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정장은 청남색이었고 오래 입은 듯한 모습이었다. 햇빛에 바랜 듯한 그 색깔은 희미하게 빛났다. 재킷의 소매는 자주 문질러져 광택이 났고 어깨 부분은 조금 헤진 듯 보였다. 정장은 얇은 직물로 만들어져 있었고 금색의 단추로 장식되어 있었다. 정갈하게 풀어진 빨간색 넥타이는 그의 가슴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소매 끝에는 작은 단추가 달려 있어 매우 정교하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그의 정장 바지는 같은 청남색이었고 그 주름은 한때는 날카롭게 다려졌을 것이나 이제는 여러 번의 착용과 세탁을 견딘 탓에 그 모양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렬로 나열된 균형감 있는 주머니들이 눈에 띄었다. 그의 옷차림은 그에게 잘 어울렸고, 낡은 듯한 멋이 묻어났으며 고요하면서도 세련되고 고귀한 느낌을 주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듯한 그의 정장은 그의 삶과 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했다. 마치 그가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부터 걸어 나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작가의 말
초현실적인 상황 속에서도 느긋해보이는 남자와 앨리스가 신비롭게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