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박흥부 0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HI Aug 19. 2024

서얼의 삶

박흥부

박흥부는 서얼 출신으로 태어난 삶이 어떠한지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왔다. 고위 관리인 아버지와 그의 첩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그는 언제나 주변의 차별과 냉대를 견뎌내야 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도 없고, 박놀부를 형이라 부를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의 신분이 그들의 피를 이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를 그저 '서얼'이라는 굴레에 가두어 두었다.


어느 날, 박흥부는 허름한 초가집 안에서 낡은 옷을 걸친 채 문풍지로 스며드는 햇살을 바라보고 있었다. 햇살은 밝고 따스했지만, 그의 마음은 언제나처럼 무겁고도 고요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번져 있었다.


"이런 삶이라도, 어찌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박흥부는 속으로 되뇌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이 서러운 인생. 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웃음으로 채우고 싶다. 내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면, 그 어떤 고난도 두렵지 않다."


그의 손은 거칠고 상처투성이었다. 가난한 생활과 사회적 냉대가 그의 몸을 이렇게 만들었지만, 흥부는 손을 쓸어보며 혼자 조용히 웃었다. 그는 자신을 다독이며 말했다.


"내가 서얼이라 해서, 가난하게 살아간다 해서, 그 무엇도 나를 꺾을 수는 없어. 흥부야, 네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법이지."


안방에서는 그의 아내가 아이를 달래며 나왔다. 아내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그녀 또한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녀의 뒤로는 북실대는 아이들이 뒤를 따라 나왔다. 아이들은 모두 배가 고픈 듯 작은 손으로 허기를 달래며 그녀를 졸졸 따라다녔다.


흥부의 방 바깥에서 "드르륵 드르륵," 하며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가 빈 바닥을 긁는 듯한, 메마르고 건조한 소리였다. 박흥부는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그의 아내가 빈 쌀독을 긁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그들 가족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쌀이 모두 떨어진 것이다.


박흥부는 잠시 멍하니 서서 그 소리를 들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걱정이 밀려왔지만, 그는 애써 그 걱정을 눌러 담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쌀이 다 떨어졌구나… 이제 형님께 가서 쌀을 좀 구해보아야겠구나."


박흥부는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오, 여보.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소. 우리 아이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오늘도 열심히 뛰어다니겠소.'


박흥부는 방을 나서 마당에 있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다짐했다. '내가 서얼이라 해서, 가난하게 살아간다 해서, 우리 가족이 고통받아서는 안 된다. 나는 내 힘으로 이 가정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에게 웃음을 가지게 할 것이다.'


그는 마당 곳곳을 돌아보았다. 남루한 생활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감사하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 마당 위로 맑은 하늘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 그리고 놀부 형님. 비록 나는 여러분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없지만, 그건 상관없어요. 저는 제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며, 이대로 살아갈 것입니다. 웃음을 잃지 않고, 늘 감사하며."


그의 눈은 따뜻한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굳건한 다짐이 새겨졌다. 서자라는 신분이 그를 묶어두려 할 때마다, 그는 이를 웃음으로 이겨낼 것이다.


박흥부는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서자라 해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나는 이 마음의 기쁨으로 살아갈 것이다. 내가 내 삶을 밝히고, 내 앞길을 걸어갈 수 있는 힘은 내 안에 있음을 믿는다."


그는 기운을 내어 일어나, 몸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정성스러웠다. 아이들을 아내를 따라 일손을 거들며, 그의 곁에서 희망을 나누었다. 박흥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이 더욱 분명해짐을 느꼈다. 이 작은 초가집 안에서,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오늘도, 내일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걸어갈 것이었다.




작가의 말


이 소설은 제가 새롭게 시도하는 전래동화 기반의 작품입니다.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와 이야기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이 작품을 통해 그 매력을 현대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고전 판소리 '흥부가'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이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전래동화를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구조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허균의 '홍길동전'이 다루었던 서자라는 신분의 비애와 저항을 흥부의 삶에 투영하여, 그가 겪는 고난과 역경을 더 깊이 있게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이를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고통과 좌절을 상기시키며, 그들의 이야기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특히, 이 이야기에는 성경 속의 이야기도 녹아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용서, 희망을 강조하는 성경의 가르침을 통해, 박흥부가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이 작품을 브런치 북으로 출간할 수 있어 큰 기쁨과 설렘을 느낍니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전래동화 기반의 작품인 만큼, 독자 여러분께 이 작품이 따뜻한 울림과 새로운 통찰을 전해드리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을 흥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