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부
박흥부는 형수가 점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며, 문득 집에 있는 아내가 떠올랐다. 그 아내는 언제나 그의 곁에서 묵묵히 고생을 함께해온 사람이었다. 가난한 삶 속에서 힘들었을 텐데도, 아내는 한 번도 그에게 싫은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흥부는 가슴이 아려왔다. 자신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언제나 그의 곁에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가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에도, 그가 바보처럼 우왕좌왕할 때에도, 아내는 조용히 그의 곁에서 그를 지지해주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생각하면, 흥부는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다.
특히 쌀이 떨어졌을 때, 아내는 그 사실을 그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흥부를 배려해서, 그가 스스로 알아챌 수 있도록 빈 쌀독을 바가지로 긁는 소리만 냈다. 그 소리는 비록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동시에 그녀의 사려 깊음에 더 깊은 감사를 느끼게 했다. 그녀는 그 작은 소리로 그에게 상황을 알리면서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음으로써 그에게 가장의 책임감을 더욱 느끼도록 해주었다.
흥부는 지금도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일을 전념하고 있을 아내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그려보며, 이곳에서 주저앉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녀가 그토록 사려 깊게 그의 곁을 지켜주었기에, 그는 반드시 이곳에서 무언가를 얻어가야만 했다. 집에 돌아갈 때 빈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심이 그의 마음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형수와 그녀가 손에 든 주걱이 점점 그의 앞에 가까이 다가왔다. 흥부는 그것을 피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것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주걱이 주는 위협에 떨면서도, 마음속에서 불타오르는 가족을 향한 사랑과 책임감으로 자신을 지탱했다.
형수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일도 하지 않고, 빈곤함을 무기로 삼는 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겠느냐? 너에게 줄 수 있는 건 이 주걱뿐이다.”
흥부는 형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답했다. “형수님, 저는 형님과 형수님을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제 가족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소. 제발 이 한 번만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형수는 여전히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흥부는 그 표정에 굴하지 않았다. 그는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순간을 견디기로 마음먹었다. 주걱이 그의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 주걱보다 더 무거운 책임이 그의 어깨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책임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그는 이 자리에서 물러설 수 없었다.
형수의 손이 마침내 주걱을 내리치려는 순간, 흥부는 이를 악물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 모든 것을 견뎌야 했다. 마음속에서 아내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그는 더욱 강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제발 형수님, 저희 가족을 위해 이 한 번만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흥부는 간절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말했다. 그의 눈에는 결연함이 깃들어 있었다. 형수가 그 주걱을 내리칠지 아니면 그의 간청을 받아들일지, 그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될 터였다.
작가의 말
주걱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박흥부의 결심, 가족을 위한 가장의 힘은 그 어떤 무기보다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