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부
형수의 손에 들린 주걱이 공포스럽게 번쩍이더니, 마침내 흥부의 왼쪽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흥부는 비틀거렸고, 그의 머리는 순간 멍해졌다. 고통이 뺨을 타고 번져나가면서 그는 얼굴이 얼얼해지는 것을 느꼈다. 주걱의 힘에 의해 그의 몸이 휘청거렸지만, 그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흥부는 어렴풋이 자신에게 무언가가 묻어있는 것을 느꼈다. 손을 올려 뺨을 만져보니, 거기에 작은 쌀알이 몇 알 묻어있었다. 형수의 주걱에 남아 있던 쌀알들이 그의 얼굴에 붙은 것이었다. 하인들은 그 장면을 보고 숨을 삼키며 경악했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당혹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들의 충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흥부가 다음에 보인 반응은 그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흥부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가 얼굴에 붙은 쌀알을 느끼며, 문득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고통이나 분노가 아닌, 순수한 웃음이었다.
“왼쪽 뺨을 때리셨으니,” 흥부는 여전히 미소를 띠며 형수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오른쪽 뺨도 때려주시오.”
그는 자신의 오른쪽 뺨을 내밀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인들은 그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믿기지 않는 듯, 그저 흥부와 형수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형수의 얼굴은 분노로 울그락불그락했다. 그녀는 그가 조롱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주걱을 다시 한 번 높이 들었다. 그리고는 오른쪽 뺨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흥부는 전혀 저항하지 않고 그 타격을 그대로 받아냈다.
주걱이 그의 오른쪽 뺨을 강하게 때리며 또다시 쌀알 몇 알이 그의 얼굴에 붙었다. 형수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가슴속에 맺힌 분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러나 흥부는 여전히 빙그레 웃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형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왼쪽 뺨에 오른쪽 뺨까지, 쌀알이 꽤 많이 붙었소. 이걸로 한 끼 식사는 해결할 수 있겠소.” 흥부는 얼굴에 묻은 쌀알들을 손으로 만지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형수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일용할 식사를 내려주시는군요.”
형수는 흥부의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가 자신의 조롱을 무릅쓰고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그녀는 더욱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러나 흥부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하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했고, 동시에 흥부의 대담함과 인내에 놀라워했다. 흥부는 형수의 앞에서 조용히 말을 이었다.
“형수님, 저는 제 가족을 위해, 이곳에 와서 이 한 끼를 얻어갑니다. 그게 쌀 몇 알일지라도, 그것으로 우리 가족은 배를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인들은 흥부의 담담한 말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흥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그가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모습은 그들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형수는 씩씩대며 주걱을 손에 쥔 채, 여전히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흥부는 더 이상 형수의 분노에 개의치 않고,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생각이 가득했고, 그 생각이 그를 강하게 지탱하고 있었다.
하인들은 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인내와 긍정적인 태도에 경외감을 느꼈다. 흥부는 그토록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그 웃음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깨달았다. 그의 미소는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였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그를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작가의 말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 수 있는 쌀알 몇 톨이었지만,
그에게는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자 희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