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부
박흥부는 형수의 집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음속의 무거운 짐을 덜어내려고 애썼다. 얼굴의 얼얼함과 함께 형수의 날카로운 말들이 그의 가슴에 남아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가족을 위한 마음을 다잡았다. 길을 걷다 보면, 늘 그렇듯이 그는 주변의 작은 것들에서 위안을 찾곤 했다. 그날도 흥부는 길가에 핀 작은 들꽃과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런데, 길을 걷던 중 흥부는 작은 풀숲에서 희미한 소리를 들었다. 그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작은 제비 한 마리가 날개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풀숲 사이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불안해 보였다. 흥부는 조심스럽게 제비에게 다가갔다.
“어이쿠, 너도 다쳤구나.” 흥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제비를 조심스럽게 손에 들었다. 제비의 작은 몸은 떨리고 있었고, 날개 한 쪽은 부러진 것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이런… 누가 너를 이렇게 다치게 했을까.” 흥부는 제비를 들고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제비는 흥부의 손 안에서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고, 그저 고통 속에서 얌전히 그를 바라보았다. 흥부는 제비의 작은 눈을 보며 연민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라, 내가 널 치료해줄게. 나도 지금 많이 힘들지만, 우리 함께 이겨내 보자고.”
그는 제비를 품속에 가만히 안고, 가까운 강가로 향했다. 강가에는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곳에서 흥부는 제비의 상처를 깨끗하게 씻어주기 시작했다. 흥부는 손끝이 부드럽게, 마치 아기의 살결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제비의 상처를 씻어냈다. 제비는 고통스러운지 가늘게 소리쳤지만, 흥부는 끝까지 신중하게 그 작은 생명을 다루었다.
“이렇게 작은 생명 하나도 소중하지 않겠느냐,” 흥부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지금 이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이 순간뿐이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다해 도와주어야지.”
그는 상처를 씻어낸 뒤, 제비의 날개를 부드럽게 정리해주었다. 길가에 자라던 약초를 꺾어다 그럴듯한 붕대를 만들어 제비의 날개를 감싸 주었다. 작은 약초의 향기가 풍겨 나왔고, 흥부는 그것을 깊이 들이마시며 자신도 조금은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자, 이제 좀 나아질 거야. 이 작은 날개가 다시 하늘을 날 수 있을 때까지 내가 너를 돌봐줄게.” 흥부는 제비를 품속에 다시 안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는 제비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자신이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을 때조차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 제비의 작은 눈망울은 고맙다는 듯이 반짝였다. 그 작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 어쩌면 흥부 자신에게도 구원의 손길이 될 것만 같았다.
“우리 모두 다치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는 법이지. 하지만 그럴 때마다 누군가의 손길이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겠느냐.” 흥부는 속으로 다짐하듯 말하며, 제비와 함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작은 상자에 부드러운 천을 깔아 제비를 그 안에 눕혔다. 그리고 매일 그 제비를 돌보며 날개가 나을 때까지 정성껏 보살폈다. 아내와 아이들도 그 작은 생명을 어여삐 여겨 흥부와 함께 제비를 돌보았다. 시간이 흐르며 제비의 날개는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고, 흥부는 매일 제비를 바라보며, 작은 희망의 씨앗이 자신의 마음속에도 자라고 있음을 느꼈다.
작가의 말
작은 생명에게 손을 내밀었던 흥부의 따뜻한 마음이, 그 자신에게도 위안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