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부
며칠이 지나고, 박흥부가 정성껏 돌보아주었던 제비는 드디어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흥부와 그의 가족들은 제비가 떠나는 모습을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며, 그 작은 생명이 다시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게 되어 기뻐했다.
“잘 가거라, 제비야.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해,” 흥부는 하늘로 날아가는 제비를 보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제비는 몇 번이고 하늘을 돌며 그들에게 인사를 하듯 날갯짓을 했다. 그러고는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며칠 후, 흥부는 아침 일찍 마당에 나섰다. 날씨는 맑고, 바람은 상쾌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허전함이 남아 있었다. 그때, 멀리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흥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그가 돌봐주었던 제비가 다시 날아오고 있었다.
“어라, 제비가 돌아왔구나!” 흥부는 기쁨에 차 소리쳤다. 제비는 흥부의 머리 위를 한 바퀴 돌더니, 그가 있는 마당 한가운데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리고 제비의 부리에는 작은 박씨가 물려 있었다. 제비는 그 박씨를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았다.
“이게 뭐냐, 제비야? 우리에게 주려고 가져온 거냐?” 흥부는 신기한 듯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를 들여다보았다. 제비는 마치 고개를 끄덕이는 듯한 몸짓을 하고는 다시 날아올랐다. 흥부는 제비가 전해준 선물을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여보, 이게 보시오! 제비가 우리에게 박씨를 가져왔소!” 흥부는 박씨를 아내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내는 박씨를 받아들고는 놀라워하며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제비가 정말 우리를 생각해서 이 씨앗을 준 건가요?”
“그렇고 말고요. 우리에게 좋은 일이 생길 거라 믿어보아야죠.” 흥부는 자신 있게 말했다.
아내는 그날 즉시 마당 한쪽에 박씨를 심었다. 그리고 흥부와 그의 가족들은 박씨가 자라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마당의 흙은 점점 메말라갔고, 박이 자라나지 않아 모두의 마음이 답답해졌다.
어느 날, 흥부는 마당을 지나가다가 그의 어린 자녀 중 한 명이 박씨가 심어진 땅에 침을 뱉는 모습을 보았다. 흥부는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하며 자녀에게 다가갔다.
“얘야, 왜 그 땅에 침을 뱉고 있느냐?” 흥부는 자녀에게 조용히 물었다.
아이의 눈은 순수하고 진지했다. “아버지, 박이 잘 자랄 수 있게 하려고요. 비가 오지 않아서 박이 목이 마를까 봐 제 침을 뱉어줬어요. 제 몸의 물을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흥부는 아이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 그의 눈에는 작은 눈물이 맺혔다. 그 어린 마음이 박씨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의 가슴을 울렸다.
“그래, 네가 박을 돕고 싶어 그런 거구나. 참 대견하구나.” 흥부는 아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그 순간, 흥부는 가족 모두가 힘을 합쳐 이 박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내와 다른 자녀들을 불러모았다. “여보, 아이들아, 우리도 박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자꾸나. 우리 모두가 조금씩 물을 나눠주자.”
그 말에 가족들은 모두 박씨가 심어진 땅 앞에 모였다. 흥부와 그의 아내, 그리고 모든 자녀들이 차례로 침을 내놓았다. 그들의 작은 행위는 마치 서로의 마음을 모아 박에게 전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우리 가족이 힘을 모으면, 박도 틀림없이 잘 자라날 거야.” 흥부는 가족들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가족들은 매일같이 그렇게 박씨가 심어진 땅에 작은 물방울을 나누어 주었다. 그들의 작은 몸짓 속에는 서로를 위하는 마음과 함께 희망이 가득했다. 마침내, 박은 서서히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흥부와 그의 가족들은 그 작은 싹이 자라나는 것을 보며 기쁨과 감사를 느꼈다.
그 박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그들의 협력과 사랑의 상징이었다. 그렇게 가족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키운 박은 곧 그들의 삶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작가의 말
작은 마음들이 모여 커다란 기적을 이뤄내듯,
흥부와 그의 가족들이 함께 키운 박은 그들 간의 사랑과 협력의 결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