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부
박흥부는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아내와 아이들의 굶주린 얼굴이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형 박놀부에게 쌀을 구하러 가는 길은 그의 자존심을 시험하는 길이었지만,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그 무엇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길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 무게를 견뎌내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겼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그가 늘 간직해 온 긍정적인 기운이 피어올랐다. 흥부는 늘 그랬듯이,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밝게 인사하며 지나갔다.
“흥부 형님, 오늘도 좋은 날씨네요!”
한 젊은 농부가 흥부를 보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흥부는 그 인사를 기쁘게 받아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이네, 오늘같이 햇살 좋은 날에는 그냥 웃음이 나지 않겠나?”
그는 농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흥부의 밝은 성격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레 전해졌다.
길을 따라 걷는 동안, 흥부는 길가에 앉아 수선 작업을 하던 할머니와도 눈이 마주쳤다. 할머니는 흥부를 보며 피곤한 얼굴에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흥부야, 오늘도 어딜 그리 바삐 가는 게냐?”
“에이, 할머니. 바쁠 게 뭐 있겠어요. 그냥 형님 댁에 가는 길이에요.”
흥부는 농담을 섞어 말하며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할머니 곁에 앉았다. 흥부의 넉넉한 웃음과 따뜻한 말 한마디는 할머니의 마음을 잠시라도 편안하게 해주었다.
“흥부야, 네 웃음 하나에 내 마음이 참 가벼워진다.”
할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흥부의 손을 꼭 잡았다.
“할머니, 그저 이렇게 건강하게 계셔주시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기쁨이에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웃음 지으셔야 해요.”
흥부는 할머니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드리며 따뜻한 말을 건넸다.
그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동네의 아이들이 그를 발견하고는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아이들은 흥부를 볼 때마다 기뻐서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장난을 치기 일쑤였다.
“흥부 아저씨! 우리랑 놀아주세요!”
한 아이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재촉했다.
“오늘은 아저씨가 좀 바빠서 말이야. 다음에 꼭 놀아줄게!”
흥부는 아이들을 달래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웃음은 나눌 수 있지. 자, 이거 봐라!”
그는 손으로 재빠르게 아이들을 향해 몇 가지 재미있는 손동작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
흥부는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 마음의 짐을 잊었다. 비록 그는 오늘 형에게 쌀을 구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작은 순간들이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흥부는 늘 그랬듯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도 기쁨을 찾고, 그것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데에 서슴지 않았다.
“자, 이제 아저씨는 가야 한단다. 다음에 만나면 우리 같이 놀자!”
그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이별을 고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아이들은 아쉬워하면서도 그의 등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흥부는 그들의 환호에 웃으며 답했다. 그는 혼자서도 중얼거렸다.
“그래, 이런 게 인생의 기쁨 아니겠나. 비록 내 삶이 고단해도,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나눌 수 있는 웃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그는 비록 형에게 쌀을 구하러 가는 길이었지만,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짧은 순간들은 그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박흥부는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이 마주한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보고, 그것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갔다.
그리고 그 긍정적인 마음은 그가 형 박놀부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를 더욱 굳세게 만들었다. 그는 문 앞에 서서 깊은 숨을 내쉬고, 마음을 다잡았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결심이 그의 가슴속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작가의 말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흥부의 이야기, 그의 긍정의 힘이 여러분의 삶에도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