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라의 앨리스
한편에서는 바닥재를 연기했던 플로렌스(Flooreance)와 블랙러그(BlackRug)가 항복바닥(Capitulation Bottom)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항복바닥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며, 항복바닥의 재질과 색상이 어떻게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가구를 연기했던 쳬어맨(Chairman)과 스툴텐베르그(Stooltenberg)는 오토만(Ottoman)을 안락한 탁자를 위한 부속품들의 협회(NATO, Noble Association of Table Objects)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쳬어맨은 오토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것이 협회에 포함될 경우 탁자와 소파의 조화가 더욱 완벽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스툴텐베르그는 오토만이 너무 독립적인 가구라며 협회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석고 동상을 연기했던 메이슨(Mason)과 액자 속의 인물을 연기했던 카펜터(Carpenter)는 초현실주의(Surrealism)의 의인화(Anthropomorphization)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메이슨은 석고 동상의 형태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감정을 전달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고, 카펜터는 액자의 틀 속에 담긴 이야기와 그 의미를 설명하며 예술 작품의 깊이에 대해 논의했다.
그 때 앨리스를 닮은 소녀가 서재에 홀로 나타났다. 그녀는 방 안을 둘러보며 사람들을 찾았다. “실링(Scilling)! 테어도어(Theodoor)!” 그녀가 부르자, 천장에 붙어있던 넓적한 몸을 가진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의 몸은 마치 천장처럼 넓고 평평했다. 그리고 문 역할을 하고 있던 남자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 둘이 서 있으니 덩치가 비슷했다.
“다음 장면에서는 잠시 그 둘이 위치를 바꾸도록 해," 앨리스를 닮은 소녀는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그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다음 장면은 숙지가 되어있겠지?” 앨리스를 닮은 소녀가 좌중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입가에는 웃음이 배어있었다.
“다음 장면은 미끄럼틀이야." 정장을 입은 남자가 앨리스에게 귀띔했다.
“한 번 연습해볼까?” 앨리스를 닮은 소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 안의 벽들과 가구, 바닥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각각을 연기하고 있던 자들이 몸을 좁혀 서재를 긴 원통형으로 만들었다. 마치 토끼굴 같은 모양이었다.
앨리스는 눈앞의 변화를 놀라움 속에서 지켜보았다. 모든 것이 휘몰아치며 재배열되는 장면은 마치 꿈 속의 한 장면 같았다. 그녀는 이 기묘한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려 애썼다.
“아가씨!” 그 때 서재 밖에서 하녀 플레선스가 앨리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앨리스를 닮은 소녀는 잠시 방을 둘러보다가 플레선스의 목소리를 따라 서재의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 말
이 장면을 통해 저는 사물과 공간의 역할을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 플로렌스와 블랙러그, 쳬어맨과 스툴텐베르그, 메이슨과 카펜터 같은 캐릭터들은 모두 우리의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들입니다. 이들의 대화를 통해 사물이 가지는 의미와 공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앨리스를 닮은 소녀는 이 모든 사물들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리더십과 결단력을 통해 공간의 변화를 주도하며, 주변 인물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소녀가 단순히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방 안의 변화와 재배열되는 장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꿈속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순간을 선사하고자 했습니다.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소녀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상상력의 힘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플레선스의 호출에 따라 소녀가 서재의 출구로 향하는 장면은 다음 이야기의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 속에서 소녀가 어떤 모험을 겪을지,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될지 독자 여러분과 함께 탐험해 나가고 싶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사물과 공간, 그리고 자신의 상상력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