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부
놀부는 그날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곡식창고의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는 불안한 마음으로 이부자리에 누웠지만, 그 불안은 점점 더 커져갔고, 그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그가 간신히 잠이 들었을 때, 커다란 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쿵!”
놀부의 심장은 그 소리와 함께 마치 심장도 무너져 내린 듯 요동쳤다. 그는 곧바로 사랑채에서 뛰쳐나와 소리가 들린 쪽으로 서둘렀다. 그의 발걸음은 불안으로 휘청거렸고, 머릿속에는 끔찍한 예감이 가득했다.
“설마… 아니겠지…”
그가 곡식창고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가 두려워하던 것이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곡식창고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목재와 기와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창고 안에 쌓여 있던 곡식들은 이제 파묻혀버린 잔해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그는 망연자실한 상태로 그곳에 서 있었다.
“끝났구나… 모든 것이…”
놀부는 무너진 창고 앞에서 주저앉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희망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가 기대했던 모든 것은 이제 무너져 내렸고, 그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삶은 이제 잿더미 속에서 불안과 후회로 얼룩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놀부가 곡식창고의 잔해 속에 주저앉아 있을 때, 그의 코를 찌르는 고약한 냄새가 퍼져 나왔다. 그는 코를 막으며 냄새의 근원을 찾아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썩어버린 박을 발견했다. 박은 이미 부패해 끈적한 오물을 내뿜고 있었고, 그 끔찍한 냄새는 창고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이 냄새는… 박이 썩어버린 것인가…”
놀부는 그 냄새를 견디기 힘들어하며 창고 밖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미 고약한 냄새는 창고 밖까지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이내 해충들이 그 냄새를 맡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바퀴벌레, 파리, 나방… 수많은 해충들이 창고 안으로 몰려들었다.
“안 돼! 해충들이…”
놀부는 당황한 채로 하인들을 불러 해충을 막으려 했지만, 해충들은 이미 창고를 뒤덮고 있었다. 그들은 썩은 박과 함께 창고 안의 곡식들로 몰려들었다. 창고 안은 곧바로 혼란과 악취로 가득 찼고, 해충들은 그곳에 있던 곡식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주인님, 해충들이 곡식을 다 망쳐버리고 있습니다!”
하인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경고했지만, 이미 모든 것은 늦어버렸다. 해충들은 썩어가는 박과 함께 곡식을 갉아먹으며 창고를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놀부는 그 끔찍한 광경을 보고,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음을 깨달았다.
작가의 말
이제 놀부에게 남은 건 무너진 집과 함께 날아가 버린 꿈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