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박흥부 30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HI Aug 19. 2024

놀부타령

박흥부

흥부는 마을에 떠도는 소문을 듣고, 형 놀부의 집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형이 얼마나 큰 욕심을 품고 있었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욕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지 못한 채 불안한 마음으로 형의 집을 향해 걸었다. 길을 따라가면서, 그의 가슴 속에는 형이 무사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동시에 그가 잘못된 길을 걸어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마침내 도착한 놀부의 집은 이미 완전히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안채와 행랑채, 곡식창고는 모두 무너져 내렸고, 마당은 오물과 파괴된 잔해로 가득했다. 그곳에는 이미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있었고, 포졸들이 그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놀부의 몰락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흥부는 숨을 죽인 채, 그 혼란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눈에는 형의 집이 처참하게 무너져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곳은 더 이상 형이 자랑스러워하던 부유한 집이 아니었다. 오물과 파괴된 잔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오물에 뒤덮인 채로 숨이 멎어버린 놀부가 누워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고통과 절망이 서려 있었고, 그의 손은 마지막까지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이 쥐어져 있었다. 흥부는 그 광경을 보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깊은 슬픔에 잠겼다.


“형이… 너무나 거대한 꿈을 꾸었구나…”


흥부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그는 형이 걸어간 길이 결국 그를 파멸로 이끌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는 형의 얼굴을 보며, 그가 그토록 꿈꾸었던 부와 권세가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그들의 시선이 흥부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놀부의 몰락을 보고 느낀 감정들을 입 밖으로 내뱉기 시작했다.


“그 많던 재물도 모두 헛물이 되어 버렸구만.”


한 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한숨이 묻어 있었다.


“덧없다… 결국 헛박을 켠 게지.”


다른 이가 슬픈 눈으로 무너진 집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에는 인생의 허무함에 대한 깨달음이 담겨 있었다.


흥부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형이 자신의 욕망을 좇아 걸어온 길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절실히 느꼈다. 그는 형의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가 이제는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침묵 속에서 형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형님, 왜 이렇게 됐습니까… 왜 이렇게 큰 꿈을 꾸었습니까…”


흥부는 속으로 울부짖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형을 향한 연민과 슬픔이 가득했다. 그는 형의 잘못된 선택이 결국 그를 파멸로 이끌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형을 탓할 수 없었다. 그저 그가 걸어간 길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흥부는 고개를 숙인 채, 그곳에서 슬픈 노래 가락을 지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슬픈 박 속에 담긴 욕망이여,


헛된 꿈을 따라 걸어간 길이여,


모든 것이 흩어지고 사라졌네,


덧없는 욕심, 모두가 헛되었네.”


흥부의 노래는 마치 바람에 실려 흐르는 듯이 사람들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 나도 꿈속이요 이것 저것이 꿈이로다


꿈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꿈도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 꿈은 꾸어서 무엇을 할거나"


놀부타령을 부르며 흥부는 형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쓰다듬었다.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형의 차가운 얼굴은 그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상징하는 듯했다. 흥부는 그 노래를 끝마친 후, 조용히 일어나 형의 곁을 떠났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놀부의 집은 이제 그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흥부의 마음속에는 형을 향한 애절한 기억과 함께, 인간의 욕망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한 깊은 교훈이 남아 있었다. 그는 그 교훈을 노래로 담아, 사람들에게 전하며 형의 이야기를 영원히 기억하게 할 것이다.



작가의 말


박흥부의 이야기는 단순한 형제 간의 갈등을 넘어서, 인간의 본성과 삶의 본질을 성찰하는 데에 깊은 교훈을 줍니다. 박흥부는 비록 가난했지만, 자신의 분수에 맞게 삶을 살아가며,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가족을 돌보며,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며 살았기에 결국 하늘로부터 큰 축복을 받았습니다.


반면, 박놀부는 박흥부와는 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했고, 그 욕심이 결국 그를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탐욕과 질투에 눈이 멀어, 결국 자신이 가진 것조차 지키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의 비극적인 결말은 탐욕이 가져올 수 있는 파멸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박흥부는 형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형의 비극을 보고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형의 욕심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흥부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그것이 단지 형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는 교훈임을 깨달았습니다.


흥부의 이야기는 단순히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넘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묻습니다. 박흥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나눔과 배려로 삶을 살아갔으며, 그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았습니다. 반대로 박놀부는 모든 것을 손에 쥐려 했지만, 결국 자신의 욕망에 짓눌려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중심은 박놀부의 비극이 아닌 박흥부의 선택입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탓하지 않고, 작은 기적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만들어갔습니다. 그의 선택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삶의 가치가 얼마나 큰 집을 짓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을 어떻게 가꾸고, 누구와 나누는가에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 선택들이 결국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우리는 박흥부의 삶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중요한 순간들에 찾아올 선택의 기로에서 한번쯤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