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파라다이스
28일이 지났다.
거리는 온통 좀비처럼 서성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들의 눈은 초점이 없었고,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 옷은 더러워지고 해졌으며, 발걸음은 무겁고 불규칙했다. 아무 목적도 없이 그저 같은 길을 반복해 걷고 있었다. 때로는 멍하니 서서 무언가를 보려는 듯 고개를 들었지만, 곧 다시 시선을 떨구고 아무런 반응 없이 돌아섰다.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서로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저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듯, 그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사회의 모든 기능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상점들은 문을 닫은 지 오래였고, 도로에는 버려진 차량들이 줄지어 있었다. 신호등은 깜박이거나 아예 작동을 멈췄으며, 거리의 쓰레기는 쌓여만 갔다. 이 모든 것이 28일 전,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춰버린 그 순간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도시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했다.
이 혼란 속에서 면역을 가진 사람은 오직 두 사람, 지킬과 파라다이스뿐이었다. 그들은 런던 북부의 오래된 공장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공장은 이제 폐허가 되었지만, 여전히 튼튼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들은 이곳을 자신들만의 피난처로 만들었다. 공장 내부에는 버려진 기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먼지와 녹이 슨 금속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들은 공장의 가장 큰 수조에 물을 가득 채웠다. 수조는 오래된 설비였지만 여전히 쓸 만했다. 지킬과 파라다이스는 수조 가장자리에 강가에서 가져온 나무와 풀을 심어 작은 인공연못을 만들었다. 나무는 비록 키가 작고 왜소했지만, 푸른 잎이 몇몇 남아 있었고, 풀은 바람에 흔들리며 부드럽게 소리를 냈다.
28일 동안 그들은 부지런히 동네를 돌아다니며 민달팽이와 달팽이들을 잡아왔다. 수조 중앙은 그들이 잡아온 민달팽이와 달팽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작은 생물들이 물 속을 천천히 기어 다니며 자리를 잡았다. 지킬과 파라다이스는 저녁마다 공장 밖으로 나가 산책을 즐겼고, 강가에 이르면 개구리들을 잡았다. 그들은 오래된 그물이나 손으로 개구리들을 잡아왔고, 개구리들은 그들이 제공한 민달팽이와 달팽이들을 열심히 먹어 치우며 살이 쪘다.
밤이 되면 공장의 수조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 소리는 공장 내부에 깊이 울려 퍼졌고, 한때 사람들의 소음으로 가득 찼던 도시의 침묵을 깨는 유일한 소리였다. 개구리들의 울음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 울림은 지킬과 파라다이스에게 유일한 생명력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작가의 말
지킬과 파라다이스가 살아남아 개구리들의 울음 속에서 생명력을 느끼는 동안,
도시의 시간은 멈췄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