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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Sep 02. 2024

두 번째 소원

원숭이 손

허버트는 이제 현관을 통해 다니지 않았다. 그는 2층의 방에서 창문 건너에 있는 나무를 원숭이 손으로 잡은 채 곧바로 밖으로 나가는 것을 선택했다. 이 방식은 그에게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졌지만, 가족들에게는 점점 더 큰 불안을 안겨주었다.


"허버트! 허버트!" 루시가 2층에서 그녀의 오빠를 부르더니, 곧바로 1층으로 뛰어내려왔다.


"허버트가 또 나갔나 봐요. 방에는 없고, 창문이 열려 있어요."


화이트 부인은 그 말을 듣고 결심한 듯 거실 찬장으로 다가갔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어요. 우리는 당장 아들의 팔을 되돌려놓아야 해요." 그녀는 이제는 수납함으로 쓰이고 있는 의수 상자를 열어 원숭이 발을 꺼내들었다.

그녀의 결연한 목소리에 화이트 씨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라고 소원을 빌려고 하는 거요?"


화이트 부인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허버트의 팔 두 개를 돌려달라고요, 사람 팔 말이에요."


화이트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원숭이 발을 사용하는 데 찬성이오. 다만, 두 번째 소원은 보다 신중하게 비는 것이 좋겠소."


그는 아내에게서 원숭이 발을 건네받았다. 원숭이 발을 들어올리며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허버트가 잃은 사람 팔을 돌려줘. 그의 어깨..." 그는 잠시 주저하다가 덧붙였다. "어느 쪽 어깨죽지였죠?"


화이트는 좌우 혼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양손잡이인 그의 유형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몰랐다.


화이트 부인이 긴장된 목소리로 답했다. "왼쪽이에요, 왼쪽 어깨."


화이트 씨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소원을 마무리했다. "그의 왼쪽 어깨에 말이야."


"소원을 비는 중간에 머뭇거렸는데, 괜찮겠죠?"


화이트 부인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점점 더 무거워지는 공기를 느꼈다. 불길한 예감이 집안에 스며들었고, 그 밤은 가족들에게 길고 불안한 시간이 되었다. 집안의 분위기는 한없이 무겁고 침울했다. 모두는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작가의 말


 허버트의 팔은 과연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다른 끔찍한 일이 벌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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