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손
시간이 지나, 허버트는 원숭이 손에 점점 익숙해졌다.
그는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1층의 거실로 내려오는데 자신의 강력한 원숭이 손을 이용했다.
허버트는 천장 난간을 잡고 그 손의 힘을 이용해 단숨에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에게는 두 발과 긴 원숭이 손을 이용해 세 지지대로 걷는 습관이 생겼다.
이는 그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움직임도 훨씬 빨라졌다.
화이트 부인은 그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허버트, 걸어다닐 때는 두 발로 걸어다니라고 했잖아."
허버트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화이트 씨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허버트는 그들의 반응을 무시한 채, 식탁에 앉았다. 그의 긴 원숭이 팔은 식탁의 반대편에 있는 음식들까지 쉽게 손이 닿았다. 그는 손을 뻗어 거기에 있는 음식을 자연스럽게 집어 들었다.
루시는 그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식기를 사용해야지, 허버트."
어느 순간부터 화이트 가족의 식사에는 바나나, 견과류, 나뭇잎 등 허버트의 바뀐 식성에 맞는 음식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참 이상한 일이에요. 이 원숭이 손이 좋아하는 음식을 집는 것만 같아요."
허버트가 바나나를 입 속에 욱여넣으며 말했다.
그가 바나나를 먹는 모습에 가족들은 어색한 침묵을 지키며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허버트는 이 원숭이 손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가족들은 허버트가 그것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원숭이 손이 허버트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허버트가 스스로를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허버트의 변화는 신체의 적응을 넘어, 그의 본질마저 바꿔놓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