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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Sep 07. 2024

수련회

CAMP - 단편집 미히버스(MIHIVERSE) 수록작

강당에는 6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말한다.


“오늘 우천때문에 간부 수련회가 취소되었어요. 그래서 강당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간부 교육을 받고, 오늘 저녁에 귀가하게 될 겁니다.”


“1박 2일이 좋은데.”


한 학생이 볼멘소리를 낸다.


나는 그의 말을 못들은척하며 일정을 이어 설명한다.


“간부 교육은 학생주임 선생님이 진행해주실거에요.”


나는 옆에 있는 체육 선생님을 소개한다.


“간부 교육이 끝나고 나서는 레크레이션도 준비되어 있으니 잘 듣도록 하세요.”


나는 마이크를 체육 선생님에게 넘긴다. 그러고 나서 강당을 빠져나왔다.


서둘러 레크레이션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즉석으로 생각한 레크레이션은 구슬 찾기였다.


나는 1,2,3,4,5층을 돌아다니며 문방구에서 급히 산 구슬을 곳곳에 숨겼다.


복도 창틀과 화분 밑, 화장실 등이었다.


교실은 모두 잠겨있었다.


방과후가 되면서 모두 자물쇠를 채워두었기 때문이다.


5층에서 나는 한 학생과 마주쳤다.


“너 여기서 뭐하고 있어?”


그는 감정 없는 눈으로 침묵을 지켰다.


“강당에서 교육 중인데 얼른 들어가야지.”


그는 검은 눈을 꿈뻑하더니, 나를 지나쳐 계단을 내려간다.


‘요즘 애들이란 참’


나는 30개 구슬을 모두 숨겨놓고, 서둘러 강당으로 돌아갔다.


간부 교육이 끝나자, 체육 선생님은 나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자 이제 레크레이션을 진행할거에요.


레크레이션 이름은 ‘구슬 찾기’입니다.


빨간 구슬을 학교 곳곳에 숨겨두었어요.


그걸 가장 많이 찾는 학생에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걸 줄거에요.”


한 학생이 질문한다.


“몇 시까지 찾으면 되나요?”


나는 시계를 힐끗 보고 대답했다.


“1시간 줄게요. 7시까지요.”


학생들이 강당을 나서서 각자 흩어져 구슬을 찾기 시작한다.


나는 학생들이 없는 강당에서 한숨을 돌린다.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날씨가 점점 험해지는 것이 걱정이다.


학생들이 저녁 때 귀가를 해야할텐데.


귀가 예정 시간은 8시다.


나는 체육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쌤은 얼마전에 들어오셨다고 했죠? 그 전 선생님이 육아휴직을 가셔서.”


그가 내게 말한다.


“네, 맞아요. 이 곳이 첫 부임지에요. 채육 쌤은요?”


“저도 쌤 오시기 몇 달 전에 들어왔어요.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저희가 골치아픈 일을 떠넘겨받은 것 같네요.”


“그러게요, 퇴근도 못하고 말이에요.”


저녁 6시 30분이 되자 갑작스럽게 모든 불이 꺼지기 시작한다.


나는 깜짝 놀란다.


한 학생이 강당으로 들어와 말한다.


“쌤, 학교 모든 불이 꺼졌어요.”


나는 서둘러서 방송을 켠다.


“경비 아저씨가 퇴근하실 때 불을 모두 끄신 모양이에요.


곧 불을 켜도록 할테니, 구슬 찾기를 진행하도록 하세요.”


나는 방송을 마치고 체육 쌤에게 말했다.


“오늘 방과후에 학교에서 간부 수련회를 한다는게 전달이 되지 않은걸까요?”


“네, 그런가봅니다. 제가 창고에서 휴대용 전등을 좀 가져올게요.”


급한 대로, 우리는 옆 창고에 있던 전등들을 가져와 강당에 설치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구슬을 찾고 있는게 아니라 뺏고 있는 것 같은데요.”


체육 선생님이 밖에 나가본다.


혼자 남은 나는 학년주임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거 큰일인데.’


나는 동료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다행히 전화가 된다.


“정말? 내가 경비 아저씨 번호를 아니까 전화를 해볼게. 기다리고 있어.”


조금 안심이 된다.


전등이 배터리가 다 되어 꺼진다. 


나는 암흑 속에 갇힌다. 


7시가 되기 바로 전, 강당 문이 열린다. 


나는 조금 무서워지려던 중에, 안심을 한다. 


그리고 경품을 손에 들어 등 뒤에 숨기고 학생을 부른다. 


"게임 재밌었니?" 


한 학생이 나에게 다가온다.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밖에서 천둥이 쾅 친다. 


그의 얼굴은 피칠갑이다. 


나는 깜짝 놀란다. 


"선생님, 다 모았어요." 


그가 나에게 구슬을 내민다. 


"주신다고 했죠, 가장 귀한 거." 


나는 멈칫한다. 


암순응이 되서인지 그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의 눈은 검고, 흥분에 가득 차있다. 


"등 뒤에 있는 그건가요?" 


그의 눈길이 등 뒤에 감추어져 있는 나의 손을 향한다. 


나는 벌벌 떨며 최애의 앨범을 그 애에게 내민다. 


그 애는 잠시 물끄러미 그 앨범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그가 다시 나를 쳐다봤을 때, 그의 눈에는 다시 감정이 없어져있었다.



작가의 말


혼란 속에 무너진 질서 그리고 최애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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