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 SHOWER - 단편집 미히버스(MIHIVERSE) 수록작
나는 새로 할 게임을 고르고 있었다.
'수교',
이건 해봤고,
'마운틴 서해',
이 것도,
나는 게임 CD들을 넘겼다.
그 중 해보지 않은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레인 샤워'..
평점은 9.9고,
평가자 수는 4,320회?
나는 게임 타이틀의 평가글을 찾아보았다.
그 중 나를 사로잡는 글이 있었다.
‘다시 태어난 느낌이다.’
이건 당장 해봐야겠는데,
나는 생각했다.
곧바로, 경험 시작 버튼-옆으로 누운 눈 모양-을 눌렀다.
그 즉시, 나는 검은 철제 박스 안에 있었다.
위에는 작은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고,
네 면의 구석에는 검게 뚫린 직사각형 슬롯이 눈에 들어왔다.
양 옆에는 각각 5개씩의 동그란 판이 있었고,
마찬가지로 미세한 구멍이 나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6개의 버튼이 있었다.
첫번째 버튼을 누르자,
청아한 종소리가 울렸고, 그와 함께
천장에서 기분 좋은 물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내 체온과 맞는 물이 내 정수리를 적셨다.
‘오랜만인데, 이런 비.’
나는 두번째 버튼을 눌렀다.
다시 종 소리, 그리고
뒤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와 같은 물이 내 등을 적셨다.
물은 내 등을 타고 부드럽게 아래로 흘러내렸다.
곧이어 세번째, 네번째 버튼을 누르자, 내 왼쪽과
오른쪽에서 폭포수가 떨어져 내 왼손과 오른손을 적셨다.
이제 종 소리는 물을 타고 고막에 닿아 보다 큰 울림으로 들렸다.
천둥 번개 소리가 들렸다.
철제 박스의 6면은 디스플레이가 되어
어두운 비가 내리는 바다 한가운데로 나를 초대했다.
나는 공중에 손을 휘져어 금속 버튼을 찾았고,
다섯번째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물이 쏟아져 내 얼굴을 강타했다.
먹먹한 종소리가 들렸고,
거센 폭포수가 앞의 직사각형 슬롯에서 쏟아져나왔다.
나는 이제 고개를 위로 젖혀 물줄기를 피해야 했다.
마지막 여섯번째 버튼을 누르자,
양옆에서 가랑비와 같은 뿌연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철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이제 나는 6개의 수관에서 내 몸으로 물을 받아내고 있었다.
‘조금 과한데?’
나는 생각했다.
물줄기가 너무 촘촘해서 눈을 뜨기가 어려웠다.
시야가 점점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위에서 쏟아지는 물 때문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네 면에서 쏟아지는 폭포수 때문에 중심을 잡기 어려워지자, 나는 두 손으로 양 옆 벽을 짚었다.
‘찰랑’
그때 내 발목 부근에서 고여있는 물의 표면이 느껴졌다.
’방 안에 물이 차고 있다.‘
숨이 차기 시작했다.
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입에 들어오는 물이 내 목소리를 가져가 버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손을 더듬거리며 6개의 버튼을 찾으려 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손에 버튼이 닿았다.
나는 버튼을 눌러댔다.
그러나 물줄기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이제 불길한 상상을 시작했다.
‘내가 누른 버튼이 물줄기를 끄는게 아니라, 시간을 갱신하는 거였다면?’
나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입으로 물이 들이닥치며
내 목소리는 물방울이 되어 흩어졌다.
나는 발버둥을 쳤다.
그 때 위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뚝 끊겼다.
조금 더 기다리자, 뒤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쏟아지던 폭포수가 순차적으로 멈추었다.
양 옆에서 미스트처럼 뿜어지던 분무도 멎었다.
앞쪽의 폭포수가 멈추는데는 시간이 다소 걸렸다.
그와 함께 나는 내 방에 돌아와 있었다.
나는 VR을 집어던지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후욱, 후욱‘
내 몸에 쭈뼛 하고 소름이 돋았다.
심장은 쿵쾅 쿵쾅 뛰었다.
시간이 지나, 나의 몸은 새로운 환경에 서서히 적응해나갔다.
안정이 되자, 방의 따뜻한 온기,
평온한 공기가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손발의 떨림이 멈추자,
나는 천천히 VR을 집어올렸다.
다소 진정이 되자, 몸이 어느 때보다 가뿐했다.
죽다 살아난 것 같은 쾌감이 느껴졌다.
”또 해볼까?“
작가의 말
위험한 스릴에 끌리는 인간의 심리, 그 끝은 언제나 “또 해볼까?“라는 유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