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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Oct 21. 2024

사랑회로

LOVE CIRCUIT - 단편집 미히버스(MIHIVERSE) 수록작

연상에 잘생긴 얼굴, 쾌활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남자만 좋아하던 내가,


갑자기 연하의 성격 나쁜 애한테 끌리기 시작했다.


그 애는 뭘 가지고 있는걸까?


친구는 말했다.


“걔가 누군질 알고 사랑한대?”


“주고 싶으면 사랑 아니야?”


내가 말했다.


“모든걸 다 주고 싶어.


나도 내 마음이 왜 그런진 몰라.”


다음 날, 나는 그에게 줄 초콜릿을 샀다.


주머니에 넣고 그를 만나러 오는 길,


나는 심장이 콩닥거렸다.


나는 옆 자리에 앉은 그에게 무심하게 그걸 건냈다.


”오다가 샀다, 너 생각나서.“


그는 다시 또 차가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듯 했다.


“어디서 산거야?”


그가 말했다.


“편의점...”


나는 말을 흐렸다.


고개를 살짝 돌렸을 때, 아직까지도 나를 보고 있던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가방에서 책을 꺼내는 척하며 얼른 고개를 돌렸다.


‘주면 고맙다고 하고 먹으면 될 것이지.’


속으로 나는 툴툴거렸다.


“고맙다.”


그가 말했다.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 앞에는 벌써 다 먹은 초콜릿 껍데기가 놓여있었다.


“맛있지?”


나는 내심 기뻤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주머니에서 내가 먹을 여분의 초콜릿을 꺼냈다.


은박지 포장을 벗겼을 때, 나는 뜨억 했다.


초콜릿이 녹아있었다.


내 체온에 녹은 초콜릿은 형체를 잃고 마치 길가에 갈겨진 그 것처럼 보였다.


나는 다시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를 그를 살짝 돌아봤다.


어느새, 그는 초콜릿 껍데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돌아오고 있었다.


“오늘 발렌타인데이인가?”


그가 말했다.


“그렇지”


내가 말했다.


“초콜릿 이거로 끝은 아니지?


발렌타인데이 치고는 약소한데.“


나는 뜨끔했다.


편의점에서 종류별로 담은 초콜릿,


반대쪽인 왼쪽 주머니에 가득한 초콜릿을 생각했다.


‘이걸 줄 수는 없다.’


그 다음에 든 생각은, 얼른 화장실을 가서 왼쪽 주머니를 비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 속살에 그 것이 묻기 전에.


”오늘 그럼 끝나고 디저트 먹으러 가자, 초콜릿 아이스크림같은 거.”


내가 말했다.


“그래,”


그가 말했다.


‘그럼 밥은 너가 사야지.’


나는 다시 뾰루퉁해졌다.


“그럼 밥은 내가 살게.”


그가 말했다.


내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저녁을 먹으면서, 그는 나에게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었다.


”갑자기 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는거야, 아직 애기가.“


내가 말했다.


”왜냐하면 여기가 내 고향이거든.“


그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공덕이 고향이야?”


내가 물었다.


“웅,”


그가 말했다.


“신기하다, 나도 공덕이 고향이야, 어렸을 때 이사가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말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고향이 같은 것, 그게 내가 이 아이한테 끌리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우리 부모님들이 서로 아는 거 아냐?”


그가 장난스럽게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 지역에 얽힌 추억들을 하나둘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은색의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야, 너는 무슨 대학생이 게르마늄 팔찌를 끼고 있냐.”


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할머니가 준 거야.”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머쓱해졌다.


“게르마늄 팔찌가 몸에 좋다잖아, 면역력도 높여주고 해독 효과도 있대.“


나는 말을 지어냈다.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할머니께서는 건강하시고?”


“이거 유품이야.“


그는 말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를 뚫어져라 보는 그의 눈동자.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쳐다봤다. 


그의 표정은 어떤 생각에 잠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걔가 무슨 말을 할까 조마조마했다.


마침내, 그가 나한테 말했다.


“왠지 모르겠는데, 넌 나한테 더 잘해야 해.“



작가의 말


때로는 알 수 없는 끌림이, 오래된 연의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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