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ING SERENDIPITOUSLY - 단편집 미히버스 수록작
연희동 모임은 이름이 연희인 사람들이 연희동에서 만나는 모임이었다.
”오늘 대화 주제는 ’스타일‘이에요.“
희동이라는 한 남자가 말했다.
그는 모임장이었고, 성은 ’연‘씨였다.
나는 내가 입은 옷을 내려다보았다.
오늘 나는 살색의 면티를 입고 있다.
나는 이 곳에서 만나 친해진 고연희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그녀는 검은 옷에 흰색 줄무늬가 있는 옷을 입고 있다.
”나는 원색 옷이 좋아.
나를 이상형으로 여기는 누군가 나를 발견했을 때, 지나치지 않고 붙잡아줬음 좋겠어.“
나는 말했다.
”그럼 어떻게 되는건데?“
고영희가 말한다.
“그럼 내가 뒤돌아보고, 생각해보겠지.”
모임에서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때,
한 거리 예술가를 보았다.
‘아까 전까지는 없었는데.’
그의 손은 조금 떨리면서도, 손은 하늘로 쭉 뻗고 역동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역시 연희동 주변에는 예술가들이 많구나.’
나는 그 자세가 멋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지나쳤다.
다음 날, 나는 일부러 그 길을 지나가보았다. 출근길이었다.
어제와 같은 예술가가 있었다.
그는 온몸을 석고칠을 하고, 어제와 같은 자세로 하늘을 한 손으로 가리킨 자세를 하고 있었다.
‘투포환을 형상화하는건가’
나는 그가 흰색 칠을 하고 있는걸 보았다.
그가 어제도 흰 색 칠을 했었는지 확실치 않았다.
나는 그를 지나쳐 서둘러 버스를 타러 갔다.
다음날, 다시 연희동 길을 지나갔다.
오늘 그는 빨간색 칠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입은 옷을 내려다보았다.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같은 색 옷을 입고 있네.’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 앞에 있는 바구니에 만원을 넣었다.
다음 날은 늦잠을 잤다.
그래서 연희동길이 아닌, 집 앞 지하철을 타야했다.
회사에서도 나는 그 예술가 생각이 났다.
머리 속에는 퇴근길에 얼른 연희동길을 가보려는 생각 뿐이었다.
”우연희 씨, 이거 내일 오전까지 자료 만들어서 보내줘.“
퇴근 30분 전, 상사가 말했다.
결국 나는 퇴근 시간을 한참 넘겨, 밤늦게 사무실에서 나왔다.
나는 연희동길로 향했다.
오늘 석고상은 파란색 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오른쪽 어깨에는 행인들의 옷들이 걸쳐져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하늘로 뻗은 그의 왼쪽 손에 장미꽃 한 송이를 끼워주었다.
그 때, 갑작스럽게 나는 몸이 굳는걸 느꼈다.
나의 오른쪽 손부터 파란 입자가 달라붙기 시작해 온 몸으로 퍼졌다.
나는 놀랐다.
그 입자들은 석고상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내 앞에 있던 석고상에서는 탈피를 하듯, 한 남자가 등을 뚫고 나오고 있었다.
어느새 몸을 다 빼낸 그는 석고상 오른쪽 어깨에 걸쳐진 옷을 걸쳤다.
“이건 나노 입자에요.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을 흉내내죠.
입는 거울같죠?“
그가 웃었다.
나는 온 몸을 꼼짝할 수 없었다.
”굳는데 시간이 좀 걸려요.“
그는 내 뒤로 와서 나를 뒤에서 잡아 끌어주었다.
내 몸이 나노입자틀에서 꺼내졌다.
”새로운 예술작품이 생겼네요.
아무도 보지 않을 때는 입자가 이동하거든요.“
그가 자신의 석고상을 가리켰다.
“보다시피 저는 아무도 없는 새벽, 기지개를 요란하게 펴고 있었죠.”
그가 웃었다.
“이 나노입자는 어디서 온걸까요?”
내가 물었다.
“저는 거리예술가에요.
후원을 받은 거지요, 대기업에서.
새로운 물질이 있는데 이걸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제가 몇 가지 조건을 추가했죠,
그랬더니 나노 입자를 그렇게 프로그래밍해주더군요.
제가 이 안에 있을 때는 옷을 걸쳐둬요.”
그가 눈을 찡긋했다.
이제 나와 그는 거리에 있는 두 예술작품을 지켜봤다.
“기지개를 펴는 사람에게 장미꽃을 주는 의도가 뭐죠?”
그가 물었다.
”얼른 일어나서 화장하라는 거죠.“
내가 웃었다.
“배가 고픈데, 저녁 먹으러 가시죠. 저건 저렇게 두면 돼요.”
그는 손을 털며 일어섰다.
“네,”
나는 그를 따라 일어났다.
그렇게 우연히 나는 남자를 만났다.
작가의 말
세상에서 스쳐가는 우연이, 사실은 꼭 만나야 할 인연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