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여행기 - 중편집 미히버시티(MIHIVERSITY) 수록작
사막에 총총한 별 아래,
거대한 텐트가 있었다.
우리가 하룻밤을 묵을 숙소였다.
나는 그 거대한 밤의 장막 아래 누워,
지나간 세월과,
다가올 운명 따위를 생각했다.
한 편에서는
불을 피우고 있었다.
닭과 맥주,
인도에서 오랜만에 보는 고기와 주류였다.
“밥 다 됐대, 가서 먹자.”
친구와 함께 불 앞으로 다가갔다.
우리 말고도,
교포로 보이는 동양인들과,
미국인 가족이 있었다.
아버지는 머리가 벗겨진 크리스 햄스워스를,
어머니는 검은 머리의 샤틀리스 테론을,
그리고 그 딸은 보라색 머리를 했는데, 엘프 같았다.
나는 자리에 앉아,
낭만과 그 분위기에 취했다.
머리가 벗겨진 크리스 헴스워스가 그의 아내에게 대마초를 건냈다.
그의 아내는 그 자그마한 꽁초를 물고, 맛있게 들이마셨다.
검은 머리의 샤틀리스 테론은 그녀의 딸에게 대마초를 건냈고,
보라색 머리의 엘프도, 붉은 빛이 나는 대마초의 연기를 들이마셨다.
엘프가 내게 대마초를 건냈다.
나는 그 것을 물고 폐 깊숙히 연기를 받아들였다.
내 입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친구는 거절했다.
“한국 들어가면 곧 군입대하잖아. 모발검사에서 다 검출돼.”
그가 둘러댔다.
자이살메르의 밤은 추웠다.
친구는 일찍이 잠에 들었지만,
나는 잠에 들 수 없었다.
내 옆 침대에 누워있던 엘프와 눈이 맞닿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 서양인이 손을 뻗어 내 동양인의 코를 만졌다.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보라색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내 머리는 그녀 너머의, 머리가 벗겨진 크리스 헴스워스의
주기적으로 부푸는 가슴 근육을 신경쓰고 있었지만,
내 몸은 벌써 그녀의 침대로 넘어가고 있었다.
사막의 밤은 추웠다.
그녀는 내게 그녀의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 아래로 엘프의 몸을 쓰다듬고,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갔다.
이불 아래에서 나는 생각했다.
어느 날, 인천공항에서 내린 한 아이가 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하고.
다음 날 아침, 나는 그녀에게 작은 귀걸이를 건냈다.
언젠가 찾아올 그 아이가 스스로 엘프의 자손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도록.
작가의 말
때로는 예상치 못한 순간이 가장 강렬한 기억을 남기기도 합니다.
낯선 곳에서의 만남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들, 그 모든 것은 여행의 일부분이자 우리 삶의 작은 이야기로 남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