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여행기 - 중편집 미히버시티(MIHIVERSITY) 수록작
눈을 떴을 때,
나는 호텔방 안에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화장실에서 친구가 나왔다.
“야 너 깊게 자더라.”
친구가 말했다.
나는 여전히 현실감각이 없았다.
“히말라야는? 여긴 도대체 어디야?”
내가 물었다.
그는 내 말에 코웃음을 쳤다.
“무슨 소리야. 지금 2월이라서 춥다고, 히말라야 가는 건 여행 막판에 취소됐잖아.
그대신 바라나시를 가기로 했지.
여기 바라나시야.”
그가 말했다.
그제서야 나는 기억해냈다.
우리는 자이살메르 여행을 마치고, 바라나시에 왔다.
갠지스강에 몸을 담구는 수도승들을 보았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방을 나누고,
저 친구와 이 곳 호텔방에서 잠이 들었다.
“어지간히 히말라야를 가고 싶긴 했나보구나.”
친구가 웃었다.
나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바라나시. 힌두교의 성지가 있는 곳.
창 밖으로 노랗게 가라앉은 황사, 회색빛의 앞 건물 옥상이 눈에 들어왔다.
뿌연 연기가 가득한 도시.
“오늘 귀국하는 날이잖아, 얼른 준비해. 나는 아침 먹고 올게.”
친구가 말했다.
그렇지, 오늘 귀국하는 날이지.
서울로. 내가 두고 온 일상으로.
나는 일어나 화장실의 거울을 바라보았다.
인도 남부에서 나는 얼굴이 조금 탔다.
‘이래서 졸업식 사진에 잘 나올 수 있을까? 평생 남는 건 사진인데…’
내일 모레는 어린 동생의 졸업식이 있었다.
‘선크림을 바르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화장실에서 몸을 씻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때로는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희미해질 때,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히말라야로 향하는 길은 멀어졌지만, 그 갈망은 마음 속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있는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