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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Oct 21. 2024

2월

비아그라 여행기 - 중편집 미히버시티(MIHIVERSITY) 수록작

눈을 떴을 때,


나는 호텔방 안에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화장실에서 친구가 나왔다.


“야 너 깊게 자더라.”


친구가 말했다.


나는 여전히 현실감각이 없았다.


“히말라야는? 여긴 도대체 어디야?”


내가 물었다.


그는 내 말에 코웃음을 쳤다.


“무슨 소리야. 지금 2월이라서 춥다고, 히말라야 가는 건 여행 막판에 취소됐잖아.


그대신 바라나시를 가기로 했지.


여기 바라나시야.”


그가 말했다.


그제서야 나는 기억해냈다.


우리는 자이살메르 여행을 마치고, 바라나시에 왔다.


갠지스강에 몸을 담구는 수도승들을 보았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방을 나누고, 


저 친구와 이 곳 호텔방에서 잠이 들었다.


“어지간히 히말라야를 가고 싶긴 했나보구나.”


친구가 웃었다.


나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바라나시. 힌두교의 성지가 있는 곳.


창 밖으로 노랗게 가라앉은 황사, 회색빛의 앞 건물 옥상이 눈에 들어왔다.


뿌연 연기가 가득한 도시.


“오늘 귀국하는 날이잖아, 얼른 준비해. 나는 아침 먹고 올게.”


친구가 말했다.


그렇지, 오늘 귀국하는 날이지.


서울로. 내가 두고 온 일상으로.


나는 일어나 화장실의 거울을 바라보았다.


인도 남부에서 나는 얼굴이 조금 탔다.


‘이래서 졸업식 사진에 잘 나올 수 있을까? 평생 남는 건 사진인데…’


내일 모레는 어린 동생의 졸업식이 있었다.


‘선크림을 바르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화장실에서 몸을 씻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때로는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희미해질 때,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히말라야로 향하는 길은 멀어졌지만, 그 갈망은 마음 속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있는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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