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대교 위에는 한강뷰가 가장 잘 보인다는 쌍둥이 카페가 다리 양옆에서 마주 보고 있다. 동작역 1번 출구를 나와서 대교 위로 올라가면 똑같은 모양을 갖춘 전망대처럼 생긴 건물이 있다. 오른쪽에 있는 것을 구름카페라고 하고 반대편은 노을카페라고 부른다.
건널수 없는 다리 위에서 구름과 노을은 마주보고 있다.
예전에 서울 명소를 소개하는 책자에서 이곳을 본 적이 있었는데, 평소 카페 투어에 관심이 많던지라 기회가 되면 가보려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소속과 에서의 마지막 근무를 기념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길을 나서게 되었다. 오늘의 목표는 얼마 전에 썼던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글을 마무리짓고, 정유정 씨의 "완전한 행복'이란 소설을 마저 다 읽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카페에 도착했는데, 블로그에서는 구름카페라는 곳의 뷰가 더 좋다고 해서. 그쪽으로 갔다. 카페는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는데, 통유리로 보는 한강뷰는 속이 확 트이는 듯했다. 3층에서 내려다보는 뷰가 좋긴 했지만, 어르신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계셔서 2층에 자리를 잡고 주문하러 갔다. 메뉴는 그리 특별한 것은 없었고 그저 스벅보다 좀 더 비쌀 뿐이었다.
이곳은 한강뷰를 즐기기에 좋은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초코머핀을 시켰다. 커피는 가격대만큼의 맛은 아니었고, 머핀도 시중에서 사 온 것 같았지만. 그냥 뷰 값이라 생각하고 먹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바람에 출렁이는 물결을 보다 보면 무언가 특별한 감각적인 글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막상 자리에 앉아보니 글을 쓰기보다 뷰를 쳐다보느라 집중이 안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은 가사와 멜로디가 너무 또렷하게 들리는 음악이었다.
왜 하필 가요를 틀어주는지...... 아! 멜로망스 싫어! 때로는 고요 속의 침묵이 달달한 노래보다 사랑에 관해 더 많은 것들을 말해줄 수도 있다.
머릿속에 가사가 너무 따박따박 박혀서 도저히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냥 풍경을 보면서 혼자서 멍 때리고 있다가, 여동생에게 오래간만에 얼굴 보자고 연락했고, 동생이 올 때까지 가져온 책을 읽기로 했다.
7년의 밤 이후로 정유정의 소설은 두 번째 책이 된다, 다 읽지는 못했지만, 책에 대해 리뷰를 해보자면 행복에 집착하는 한 여자가 있는데, 그녀의 셈법에서는 행복은 덧셈이 아닌 뺄셈의 개념이다. 모든 행복의 조건은 완벽하게 집중되어야 하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다 생각하면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언니의 애인을 뺏어 남편으로 만들지만, 자신의 조건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죽이고, 자신과 딸에게 더 이상적이라고 생각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 자신의 남편이자 딸의 아비로서 헌신하도록 과실치사를 가장하여 그의 아이를 살해하는 장면은 소름 끼쳤다.
이 책을 그냥 읽으면 스릴러물을 표방하는 것 같지만 작가는 처음부터 범인을 드러내고 있고, 그러면서도 마지막 장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내고 있다. 책에 나오는 남편들처럼 순수한 감정에서 우러난 마음이 철저히 짓밟히고 비참한 결말을 맞게 된다면 정말로 살아서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이은혜 사건'처럼 현실 속에서도 있을법한 이야기였다.
그러니 대한민국 남자들이여 호구가 되지 말지어다. 까딱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책을 읽다가 피곤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해서 바깥으로 산책을 나갔다. 밖으로 나가니 우거진 녹음이 따사로운 햇살에 더 푸르게 보이는 듯했다. 여기가 정말 도심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하고 편안했다. 공원길을 걷다 보니 사이사이로 길들이 보였다. 나는 길 위를 터벅터벅 걸으면서 엊그저께 봤었던 '헤어질 결심'이란 영화를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
N차 관람 영화라 하여 보게 되었는데, 설정에서 좀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영화에서 탕웨이는 밀입국하다 잡혀온 조선족으로 나오고, 그녀를 협박하고 착취하는 남편이 출입국 공무원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탕웨이의 이름은 서래로 서쪽에서 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박해일의 이름은 해준으로 깊은 바다, 즉 동해를 상징한다. 주어진 이름처럼 그녀 주변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리고, 그는 깊고도 맑은 성정을 가진 사람이다. 둘은 공간을 넘어 마주하고 있지만 물리적인 경계선을 넘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오로지 자신을 붕괴시켜야만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주위를 둘러싼 조건들 속에서 방황하다가 스스로를 깊은 수렁 속에 밀어 넣은 후에야 마침내 만날 수 있었다. 서래는 두 사람의 흔적이 담겨있는 전화기를 차마 바다에 버리지 못하고 그녀 자신을 깊은 곳에다가 묻어버린다. 해준은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녀를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버린 채로 번민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구름과 노을은 오로지 석양의 언저리에서만 만날 수 있을뿐이다.
뭐든지 극단적인 상황은 항상 뒤끝이 안 좋다. 누구든지 마찬가지겠지만 굽은 길을 걷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도를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길이 출구가 아닐 수도 있고, 때론 어이없는 선택이 운명을 결정히기도한다. 항상 다음번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고, 그런 기회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은 수도 있다.
우리는 왜 걸어야 할 길을 알면서도 다른 방향으로 이끌리는 것일까?
이길, 저길. 여러 길을 걷다가 다시 카페로 올라가 보니 맞은편에 있는 노을 카페 뒤로 석양이 지고 있었고, 불덩이 같던 하루가 잦아들기 시작하면서 주변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그렇게 석양은 노을을 주변에 흩뿌리고, 사람은 있다간 흔적을 남기고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