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MBTI, #얼굴, #이상

by 비루투스

나는 공항에서 심사를 하고 있고, 우리 업무에서 사람의 얼굴은 중요한 데이터이다. 권정보와 얼굴과 지문 그리고 분석자료를 토대로 승객을 판별하기 때문에 첫인상은 아주 중요한 정보이다.


주변 지인들이나 소개를 받게 되는 이들은 어진 정보를 가지고 나를 판단한다. 그들이 아는 것은 나도 알기 때문에 참고할만한 실익이 없다. 그래서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이 판단하는 내 첫인상이 궁금하였다. 이번에 쓸 에세이의 `가면'에 관한 것인데, 때마침 트레바리라는 모임에서 첫인상에 대한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참석해보면 특별한 인사이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MBTI를 대학교 때 받아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요즘에도 열풍이라니?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심리검사의 유형은 전혀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미심쩍은 측면이 있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보통은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만을 보려 하고 약점을 숨기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구글 알고리즘도 그렇다. 구글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필요한 자료들을 책으로 찾기 때문에 알고리즘은 내 취향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오히려 내가 궁금한 것은 내 인상에 대한 사람들의 즉흥적인 반응이다. 나는 예전보다 인상이 많이 바뀌었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예상하고 있지만 그냥 사람들을 통해서 확인받고 싶었다.


모임의 진행방식은 각 사람들에게 질문지를 준다. 맨 뒷장에 자신의 이름과 성격 그리고 취미, 직업을 적는다. 그리고 앞장으로 돌아가 대상자에게 질문을 하고, 주어지는 정보를 토대로 다른 이의 성향과 직업을 알아맞히는 게임이다. 대답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간접적으로만 돌려 대답할 수 있고 답을 맞힐 때까지 한 테이블씩 돌아간다.


의외로 내게 많은 질문이 들어왔고, 는 적당한 단서들을 주었지만 사람들이 감을 못 잡는 듯하여 좀 당황했다. 그래서 두 번째 테이블이 돌았을 때 내 직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세 번째 테이블이 돌 때에는 내 직업을 맞추는 사람이 생겼다. 그러나 성을 맞추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게임을 마치고 난 후. 나에 대해 사랑들이 작성한 답안지를 보았다. 나의 성격에 대해 외향형ㆍ현재적ㆍ논리적. 계획적이라고 많이들 답했다. 그런 성향이 강한 것은 맞지만 본질적인 모습은 정확히 반대이다. 내향형이라 사실상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 주변에 있는 지인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비슷하지만 나의 미래적ㆍ충동적인 측면도 다소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좀 더 구체적이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내향성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를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평가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나의 이러한 극단적 불일치는 가면이라기보다는 노력의 결과이다. 나도 주어진 성향대로 있는 것이 하지만, 내가 살던 부산 같은 곳에서는 남자가 남성성이 부족하거나 여성성이 강하면 단에서 무시당하거나 배제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아무튼 나는 그런 곳에서 버텼고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했다.


아마도 내가 '남성성'을 각성하게 된 것은 즐겨 듣던 음악의 영향이 크다. 듀스에게서 힘과 자아를, 서태지에게서 혁명과 자유를, 신해철에게서 학과 비판의식을, 메탈그룹으로부터는 화려함과 마초스러움을 배웠다.


각성하고 시작한 것은 운동과 싸움질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했던 것도 소심함을 극복하기 위해 했던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개성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자신감도 충만해지기 시작했다. 그러 연이은 수험 실패는 자존감을 낮아지게 만들었고 나는 다시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인격은 밑천이 바닥나면 민낯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가면에 불과한 것이라면 그만큼의 무게에 짓눌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대개 보통의 사람들은 그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단지 그대는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에 살고 있을 뿐이다.


나는 바닥부터 다져야 했다. 내 인생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육체적 강인함과 정신적인 냉철함이 필요했다. 머리를 식히고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느꼈고, 그래서 공부를 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해. 새벽에 일어나 택배 상하차를 한적도 있고, 아파트 경비도 했었다.


택배는 새벽 6시부터 했었고 점심때까지 일했다. 트럭이 오면 정신없이 무거운 포대자루를 정신없이 내리는데, 그것을 업계 용어로 '까대기'라고 부른다. 날씨가 선선할 때는 할만하지만 태양이 내리쬐면 내부 온도가 40도를 육박하기 때문에 차라리 겨울이 일하기 좋다. 그렇게 오전에는 일했고 오후에 공부하고 자기 전에 운동했다.


아파트 경비는 정말 힘든 직업이다. 특히 적인 모멸감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차라리 밤샘근무를 하는 것이 갑질을 당하는 것보다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이다. 특히 고가 아파트보다 재개발 신축 아파트가 그런 경향이 심한데, 누구든지 완장차면 눈빛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일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그러한 갑을관계가 설정된다는 것이다. 그런 일들을 정면으로 겪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웬만한 일에 잘 참게 되고, 나름 비위가 좋 편이다.


나는 책을 종류별로 굉장히 많이 읽는다. 왜냐하면 내가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탐식 독서이며, 소설 위주의 편향된 독서를 지양하는 편이다. 이유는 재미로만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학습한다. 내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을 모방하려 하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주 피곤한 일이다. 따라서 그러한 나태함을 방지하기 위해선 형식적인 리추얼이 필요한데, 나에게는 운동이 그런 목적을 위한 것이다. 근육운동을 할 때면 눈을 감고 몸의 체중을 완전히 실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틴다. 물론 아주 힘이 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자신이 직접 선택한 고통은 오히려 나를 강하게 만들어준다.


자신이 바라는 이상향이 있다면 도달하기까지의 필요한 내공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때로는 힘들고 극한 상황까지 요구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것은 피할 수없고, 남이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쳐서 쟁취하는 것이다. 반면에 그러한 과정이 생략된 자기 합리화는 필요에 따라 가면을 쓰게 만들 수밖에 없다. 당장은 모르겠지만, 그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아닌 이상. 우리는 심각한 내적 갈등이나 우울증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자기를 기만하는 가면이 아니라 니체가 말한 것처럼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긍정'이 필요하다.


나는 첫인상 모임을 참여하여 듣고 싶은 말도 들었고. 덕분에 좋은 글감 하나를 건졌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조용하게 몰입하는 독서도 좋긴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과 관계하면서 느낀 것들을 기록하여 찰해보는 것도 살아있는 공부가 되는 것 같다.

나는 나를 볼수 없으니, 사람들 앞에 가만히 세워본다.

*사진의 저작권은 아라리오 갤러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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