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멀어지는 기억 속에,
너는 그 자리에 서 있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나는 그 흐름을 비켜가고
알 수 없는 이유 하나로,
우린 헤어져야만 했었고
이제 남은 건 슬픈 노래뿐,
둘만의 이야기를 부르고
이 시는 한 편의 짧은 서사처럼 흘러간다.
사랑이 끝난 뒤, 남겨진 화자는 기억과 시간 속에서 노래를 통해 감정을 되새긴다.
“멀어지는 기억 속에 / 너는 그 자리에 서 있고”
이 첫 구절은 기억의 고정성과 감정의 흐름을 동시에 보여준다. 기억 속의 ‘너’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 서 있고, 화자는 그 기억을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을 비켜간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 나는 그 흐름을 비켜가고”
이 구절은 존재의 정지 상태를 암시한다. 시간은 흐르지만, 화자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기지 못한다.
그는 기억 속에 머물며, 지금을 살아가지 못한다.
“알 수 없는 이유 하나로 / 우린 헤어져야 했었고”
이 문장은 이별의 불가해성을 드러낸다. 이유는 있지만, 설명할 수 없다. 이유는 감정의 언어로는 닿지 않는 곳에 있다. 그래서 이별은 불가피하면서도 불명확한 상처로 남는다.
“이제 남은 건 슬픈 노래뿐 / 둘만의 이야기를 부르고”
이 마지막 구절은 시의 정서적 핵심이다. ‘노래’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기억을 되살리는 감정의 메아리다. 그 노래는 둘만의 이야기, 즉 공유했던 시간과 감정의 흔적을 부른다.
노래는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대신하고, 전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 전한다. 그래서 이 시에서 노래는
상실 이후의 유일한 연결 고리다.
& 한때 대중가요의 중심에는 언제나 ‘너’가 있었다. 사랑하는 너, 떠나간 너, 그리운 너. 수많은 발라드와 가요 속에는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든 수많은 ‘너’가 존재했다.
‘너’는 이름도, 얼굴도, 구체적인 형상도 없지만, ‘나’에게는 단순한 타인이 아니다. ‘너’는 내가 사랑한 대상이자 상실의 이미지이며, 때로는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발라드의 서사는 대개 이별 이후의 시간에 머문다. 그 속에서 ‘너’는 이미 떠난 존재지만, 여전히 ‘나’의 세계 안에 머물고 있다. ‘너’는 그리움 그 자체로, 잃어버린 시간과 되돌릴 수 없는 순간으로 형상화된다.
현실 속의 ‘너’는 때로 부족하고 상처를 주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억 속의 ‘너’는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어주며,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고 찬란해진다.
‘너’와 함께했던 시간은 ‘나’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했고, ‘너’의 부재는 삶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그래서 ‘너’를 잃는다는 것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삶의 중심을 잃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각자의 ‘너’를 떠올리며 발라드를 듣고, 그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한다. 그래서 슬픈 발라드는 언제나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요즘의 노래를 들어보면, 그 중심이 ‘너’에서 ‘나’로 옮겨가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관계 중심의 가치관이 지배적이었다면, 지금은 ‘나답게 사는 것’,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더 이상 ‘너’에게 말하지 않고, ‘나’의 감정을 고백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너’를 찾던 노래는 이제 ‘나’를 찾는 노래로 바뀌었고, 더 이상 누군가의 사랑을 일방적으로 갈구하지 않는다. 이 변화는 단순한 언어의 차이가 아니라, 감정의 방향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더 이상 ‘너’를 통해 나를 말하지 않는다. 이제는 ‘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나’는 더 이상 ‘너’의 중심에 끌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중심에 서서, ‘너’와의 관계를 재정의하려 한다. 과거의 ‘나’는 ‘너’의 시선에 갇혀 있었고, ‘너’의 사랑을 갈망하며, ‘너’의 부재에 무너졌으며, ‘너’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너’에게 기대지 않는다. 스스로의 감정을 말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스스로를 사랑하려 한다.
‘너’와의 연결이 약해진 만큼, ‘나’는 더 깊은 자기 성찰과 감정의 책임을 요구받는다. ‘나’는 자유로워졌지만, 동시에 외로움도 감내해야 한다.
‘너’와 ‘나’는 그렇게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 양립과 조화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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