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물끄러미 거울을 바라보니
여느 때처럼 얼굴이 비치네.
좀 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기다린다는 것은 너무 지루한 일이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저 앞을 가로막고 있는 '벽’이 아닐까?
그것은 어떠한 결과에도 흔들리지도 않고
불확실할수록, 더욱 굳건하게 서있으니까!
그 길에는 언제나, 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었고
안다고 생각할수록, 그 앞에 고개를 숙일 뿐이었네.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하얀 구름 사이로 아침 햇살이,
아무런 말없이 스며들고 있었다.
세수를 하고, 수염을 깎고
물끄러미 거울을 바라본다.
여느 때처럼, 오늘 또 내일
생일은 흔히 축하와 기쁨의 날로 여겨진다. 그러나 어떤 날보다도 생일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날이다. 케이크와 선물, 축하의 말들 너머에서, 우리는 거울 앞에 선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인가?”
이 시는 바로 그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물끄러미 거울을 바라보니 / 여느 때처럼 얼굴이 비치네.”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조차도 일상의 반복 속에 녹아든다. 거울 속의 얼굴은 어제와 다르지 않고, 오늘도 내일처럼 흘러갈 것이다. 이 반복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본질을 드러낸다.
시인은 “좀 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 기다린다는 것은 너무 지루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변화에 대한 갈망과 그 과정의 지루함 사이에서, 우리는 자주 좌절한다. 생일은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또 한 해 지나갔음을 알려주는 날이다. 하지만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자라며, 때로는 멈춰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벽’이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 그것은 저 앞을 가로막고 있는 ‘벽’이 아닐까?” 이 벽은 단순한 장애물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한계, 반복되는 시련, 혹은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을 상징한다. “불확실할수록, 더욱 굳건하게 서있으니까!”라는 표현은 그 벽이 오히려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존재임을 암시한다.
우리는 그 벽 앞에서 겸허해진다. “안다고 생각할수록, 그 앞에 고개를 숙일 뿐이었네.” 지식이나 경험이 벽을 넘게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이 알수록, 우리는 그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다시 묻는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가야만 하는가?”
하지만 시는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얀 구름 사이로 아침 햇살이 / 아무런 말없이 스며들고 있었다.” 이 장면은 고요한 희망의 이미지다. 말없이 스며드는 햇살은, 삶의 벽을 넘지 못하더라도 그 위로 조용히 빛이 내려온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위로이며, 변화의 가능성이다.
마지막 구절 “여느 때처럼, 오늘 또 내일”은 생일이라는 날이 특별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반복 속에서 삶을 살아내는 태도를 보여준다. 생일은 단지 또 하나의 날에 불과할지라도, 거울 앞에 선 자신을 바라보며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할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