柱道라는 이름 앞에
군북역 앞 장터는
어릴 적 처음 본 광장 廣場이었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온갖 상인들이 저마다의 상품들을 갖고
특유의 냄새를 풍기던 아련한 기억이다.
검정 고무신을 던져 버리고
흰 고무신을 신어 봤으면의 욕망 慾望은
잠시 꿈이고
다시 땜질하여 주는 엄마 마음에 상처 줄까 봐
입 다문 시절.
장날 어느 하루
동네 큰형이 애들 불러놓고
고구마를 훔쳐 오라고 시킨다
다들 많이 훔쳤다고 으스대는데
두근거림과 나쁜 짓이라는 생각에
두 개만 훔쳐 바쳤던 어린 시절.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느냐
콩 하나로 아홉 식구 나눠 먹는다고 강조하신
어머니의 세상 사는 법을 믿었던
순둥이의 시절.
한 겹 한 겹씩 나이테 지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죽어가고 있다는 것
가졌던 욕망 慾望, 체면 體面의 겉치레에 매달린 시간들이
헛방이라는 사실.
柱道라는 이름 앞에
많이 미안했고
후회했던 짓 버리고
덤의 자세로 세상과 살자고 약속한다.
사람 냄새 물씬 풍기고
낮은 자세에서 편안한 미소로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 소중한
삶의 안식처라고 믿는.
시작노트
무사히 보내는 하루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