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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더라

by 차주도

늘, 그렇더라


출근길에 막히다가
퇴근길엔 맞은편이 막히는
강변북로의 하루나,

맛있는 음식을 고르는
혀의 빠른 놀림에서
배설까지 하루나,

거룩한 노동을 마치고
서로 수고했다고 토닥이며
저물녘을 함께하는 하루나,

세상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골라 쓰는 언어와 신체의 성장을 보이며
끝없는 사랑을 확인하는
손주들의 하루나.

경계 境界를 짓누르는 긴장 緊張이
엄습 掩襲하는 불안의 꿈속에서 다행히 깨어나
계절의 경이 驚異를 맛보는 하루나,

하루가 하루를 잡아먹는
그 하루에 길들여진 순종 順從에 감사하다며
꾸벅 절을 올리는 하루.


시작 노트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땐
“어떻게 살까?”
중년일 땐
“어떻게 키울까?”
지금은
감사하는 하루여야 하는데
숙제처럼 사는 내가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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