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항상 피곤하고 기운이 없다. 집에서 쉬어도 쉬었다는 생각이 안 들고 에너지가 넘친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그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잠이 오는 피곤함이 아닌데 주위 사람들은 피곤을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 의하면 피곤함은 몸이나 마음이 지치어 고달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금 내 상황과 정확하게 동일하다. 몸도 지쳤고 (체력 부족과 근력 부족으로 인해) 마음도 지쳤고 (뭔가 하려고 할 때마다 엎어지는 것 같아서) 고달프다.
왜 피곤하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나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피곤함과 고달픔을 즐기는 사람이 어디 있나. 난 노력 안 하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싫어하기 때문에 나름의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내 나름의 노력 (그냥 하소연)
1. 9월에 병원에 갔고, 우울증이 의심된다는 일반의의 소견을 받았으며, 심리학자를 만나거나 항우울제 처방을 받는 것을 추천하지만 사실 가장 쉽고, 빠르고, 저렴하고, 부작용도 없는 퇴사를 추천했다. 그리고 커피를 끊으라고 했다. 이미 뇌가 카페인 중독 증세를 보이기에 점심시간 커피부터라도 마시지 말랬다.
ㄴ 저도 너무 하고 싶은데 하기 싫어요. ㅋㅋㅋㅋ ㅠㅠ
2. 10월에는 피곤함과 졸음이 너무 심해져서 병원에 또 한 번 갔고, 갑상선 문제일 수도 있으니 피검사받아 보고 싶다고 해서 피검사 소견서를 받아왔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졸아서 문제인 건 알겠는데 커피 그만 마시랬다.... 그 이후로 점심시간 커피도 끊었고, 오전 커피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피 검시는 바빠서 아직 못 갔지만 12월에 갈 것이다.
3. 근력 부족으로 인한 만성 허리, 목, 어깨 통증으로 인해 입사 이후로 못 갔던 물리치료, 12월에 휴가 시즌 되자마자 예약하고 갔다 왔다. 다음 예약도 잡았다.
4. 근력, 체력이 부족해서 피곤한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억지로 몸을 이끌고 최소 주 1회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으며, 휴가 시즌 (12월)되자마자 주 2~3회 운동 시작했다.
5. 9월부터는 한 달에 한두 번 평일 저녁에 친구를 만나는 것도 나에게는 엄청난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 10월, 11월 평일 저녁 약속을 잡지 않았으며, 평일 저녁에 만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주말로 약속 전부 미뤘다. 주말에 하루라도 쉬지 않으면 그다음 주 몸이 버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말에 친구를 만나야 하면 금요일, 혹은 월요일에 연차 냈다. 그니까 무슨 말이냐면 친구와의 약속을 최대한 취소하고 약속이 있는 주는 몸을 위해 연차 냈다. 혹은 공휴일 있는 주에만 약속 잡았다.
6. 힘듦 -> 밥 안 먹음 -> 더 기력 없고 힘듦의 연속인 것 같아 밥 먹기 싫은 날에도 아침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사 먹든, 바나나를 챙겨 가든, 사과를 챙겨 가든, 과자를 먹든... 많이 먹든 적게 먹든, 아침에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뭐든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리 힘들고 입맛이 없어도 꼬박꼬박 3끼를 챙겨 먹었다. 끼니가 과자일 때도 있고, 우유 한 잔일 때도 있었지만 밥 시간이 되면 무조건 뭐라도 먹었다.
7. 예민도를 낮추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자극에 예민한 사람은 그게 도움이 된대서. 10월부터 시작했나? 브런치나 블로그 말고 손으로 쓰는 일기. 뭔가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우리가 기운이 없는 것은 근육의 힘과 양이 부족해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기력이 떨어지는 걸 의미한다고 세브란스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반대로 피로하다는 것은 몸의 회복 기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회복 기능이 떨어졌다면 심장, 폐, 간 등 장기의 기능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노화로 인해 피곤한 사람들은 단지 근력이 없어 피곤한 게 아니라 장기 기능 이상 때문에 근력이 떨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운동만 해서 되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근력만이 문제라면 근감소증 치료를 받는 게 좋으며 피로가 쌓인 경우에는 피로가 회복이 되어야 기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피로의 원인과 피로가 해결 안 되는 사람이 근력과 근육 양을 늘리기 위해 무리해 운동하고 먹으면 오히려 몸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내 노력 덕분인지 11월부터는 점심시간에 조는 일이 매우 줄어들었고, 여태 왜 그렇게 잤나 싶을 정도가 됐다. 앞으로 많이 쉬는 만큼 운동을 열심히 해 내 몸의 '배터리' 용량을 더 늘리도록 노력할 거다. 앞으로는 덜 피곤하고 얼마나 피로가 풀려 일상이 행복한지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