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영현 시스터-
“Interview Question”
1. 고원에서의 배우님 생각이 인상적인데요. 고원 밖에서의 영현 시스터는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해지네요.
고원 밖에서는 배우와 요가 지도자의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기를 할 때 공연의 끝을 알리는 암전이 될 때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암전된 무대에 우뚝 서 있을 때면 ‘아, 끝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무대 위에서 극중 인물로 존재했을 때 더 자유로울 때가 있거든요. 조명이 다시 켜지면 배역을 연기했던 배우 유영현으로 박수를 받고, 인사를 해야 하잖아요. 그리곤 수많은 눈빛과 박수가 사라진 현실로 돌아갈 때면 종종 허무함을 느끼곤 해요. 공연을 통해 충만함과 공허함이 차오르고 또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감정적으로 많이 지치거든요. 전 감정의 진동 폭이 크지 않은 삶을 지향해요. 근데 배우 일은 전혀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게 이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져요.
2. 연기 활동을 하시면서 최근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이나 매료된 것이 있을까요?
요가예요. 요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연기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였어요. 배우 생활이 너무나 불규칙적이고 일상생활에서의 불안함이 크다 보니 작품이 없을 때도 평정심을 찾고 살아야겠더라고요. 그래야 좋은 작품을 만날 때까지 잘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주로 수련하는 요가는 아쉬탕가예요. 아쉬탕가는 다른 정적인 스타일의 요가와 다르게 굉장히 동적이에요. 호흡, 아사나(동작) 그리고 드리시티(시선)까지 모든 게 정해져 있고, 그 규칙을 따라서 수련을 해야 하는 아주 전통적이고, 규율이 명확한 요가죠. 배우라는 삶은 규칙이라는 게 없잖아요. 작품이 있다가도 없고, 많다가도 적고. 이런 불규칙성의 일만 하다가 아쉬탕가 요가를 접하니 안정감이라는 게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요가를 할 때면 생각이 비워져서 근심, 걱정이 줄어들어요. 요가를 하고부터는 감정의 진동폭이 조금은 고요해졌어요. 제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가볍게 시작했던 요가였는데 어느새 요가를 나누는 지도자가 될 만큼 집중하고 있네요. 하하.
3. 좋아하는 향기도 영현 시스터에게 굉장히 어울리는 향기를 사용하실 것 같은데, 평소 어떤 향기 제품을 사용하세요?
이솝의 향수, 휠을 자주 사용해요. 휠은 물기를 잔뜩 머금은 고 나무의 향처럼 느껴져요. 물론 나무가 그런 냄새를 풍기지는 않겠지만. 그 향의 출처를 자연에서 찾아본다면 그럴 것 같아요.
이솝의 휠은 인위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인상을 주는 것 같아 사용해요. 물론 저는 향수를 남들에게 맡게 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제가 맡고 싶어서 사용하는 편이에요. 그 향이 제 몸에서 풍길 때면 몸의 움직임이나 말투, 태도가 은근해지는 기분이에요. 향기가 저의 애티튜드를 만드는 듯.
4.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를 위한 삶의 방향성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제가 가진 두 가지의 직업을 보다 잘 해내고 싶다는 목표가 있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지지 않고 조화로운 삶을 이어 나갈 겁니다. 조금은 느릿하게 살아가고 싶네요. 바쁘다는 핑계 대가며 미뤄뒀던 책들도 좀 읽고, 여행 가서 시간으로 사치도 좀 부리고,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리기도 하고, 비생산적인 일들을 좀 할래요. 지금까지의 삶은 생산적인 것에 지독하게 집착해왔거든요. 이제는 비생산에도 무게를 두어서 마음의 공간을 넉넉히 만들어 둘래요. 마음의 공간이 넉넉한 사람들은 우아한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 기분 좋은 향이 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우아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