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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高原)의 새벽

시간 안내자 -유영현 시스터-


“Interview Question”


1. 영현 시스터는 고원(高原) : Go One Hour LOOP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세요?

고원(高原)에서 게스트와 하루의 시작을 같이하는 새벽 시간의 안내자로 존재하는 유영현입니다. 고원이 시작되기 전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온한 마음을 갖고 진행하려 애써요. 게스트를 맞이하기 전 두 눈을 꼭 감고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고 내쉬어요. 내가 먼저 마음의 안정을 취한 후 게스트를 맞이하는 거죠. 그래야 관객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저의 평온한 마음의 상태가 잘 전달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어요. 오시는 모든 분들께 평온함을 전달하려 애써보지만 마음이 가닿지 못하는 순간들도 분명히 있죠. 저의 문제나, 받아들이는 게스트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겠죠. 종종 아쉬움이 남아요.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보다 많은 위안을 드릴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운 적도 더러 있어요. 그래서 종종 주어진 시간 안에 전달드리려다 보니 마음이 부지런할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2. 제가 고원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향기가 분명 있는데요. 배우님에게 고원은 어떤 향기가 느껴지는 공간인가요?

물기를 잔뜩 머금은 풀냄새가 느껴져요. 제가 안내자로 활동하는 시간은 새벽 시간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새벽이 품은 냄새가 있어요. 그리고 습도도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제 종일 우려졌을 찻잎들의 냄새와 새벽의 습도가 합쳐져 촉촉하고 깨끗한 향기가 고원 안에 맴돌고, 제 몸 안속 깊숙이 들어와요.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 밭이 있잖아요. 그 느낌이에요. 아무도 이 향기를 마시기 전 내가 가장 먼저 마시는 기분. 참 귀한 향기를 혼자만 잔뜩 마시는 것 같아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3. 배우님에게 고원은 어떤 의미가 담긴 곳일까요?

고원은 제가 위안을 드리려다 오히려 받는 곳이에요. 고원이라는 곳의 장소가 협소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둘이서 같이 오신 분들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되는 상황이 생겨요. 한 번은 모녀가 온 적이 있었는데 두 모녀의 대화를 듣다가 예정 시간보다도 늦게 끝난 적이 있어요. 참 예쁘게 대화를 나누던 모녀였어요. 그 대화를 듣고 나서 저를 반추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는지. 고원은 단순히 게스트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에요. 안내자들에게도 수많은 위로와 위안을 얻게 되는 공간인 것 같아요.



4. 고원에서는 편안함을 선물해 주고 계신데, 평소 유영현 배우님의 성격은 어떤지 궁금해요. 차분함을 즐기는 편이신가요?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서서히 차분함을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엔 전혀 그렇지 못했거든요. 집중 시간도 짧고, 산만했죠. 현재도 아예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친한 사람과 있을 때 의식하지 않으면 종종 산만했던 예전의 저로 돌아가요. 그래도 이제는 산만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다가도 집에 가서는 두 눈을 꼭 감고 호흡을 하며 흐트러진 정신과 마음을 달래요. 다시 차분함을 찾으려 애써요. 





연희동의 새벽 냄새를 머금은 고원을 간다면

온전히 비워내고 싶은 마음이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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