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직업으로, 포토그래퍼 -이소윤 시스터-
“Interview Question”
1. 취미를 직업으로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포토그래퍼로 직업을 정말 전향하신 점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소윤님이 포토그래퍼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안녕하세요 포토그래퍼 이소윤입니다. 전 이제껏 평범한 회사를 다니면서 사진을 취미로만 생각했어요. 주변에 사진 작업이 필요한 친구들이 많았고, 제 사진을 좋아해 주는 그 친구들을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점차 좋은 기회가 생겨 여러 아티스트 분들과 작업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꼈어요. 저의 작업물에도 욕심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업으로 삼고자 하는 목표를 갖게 되어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사실 회사 일과 사진 일을 함께 병행하는 건 생각보다 더 쉽지 않았어요. 대부분 주말에 촬영을 잡았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평일에 촬영 장비를 챙겨 회사로 출근해 퇴근하자마자 달려갔던 경우가 많았고, 아니면 아예 연차를 내어 일정을 잡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확실한 계획이 잡혔을 때 마음을 먹고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제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공간은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 생활하는 셰어 작업실인데요. 이곳에 온 지는 거의 2년 정도 다 되어 가네요. 아마 이곳이 없었더라면 저의 성장 속도 또한 매우 느렸을 거예요. 제가 회사를 병행할 때부터 아무것도 몰랐던 상태에서 무작정 찾아 들어왔던 작업실이에요. 장비를 다루는 것부터 하나하나 직접 부딪히면서 터득했고, 혼자서 어려움이 있을 때는 함께하는 작가님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업실에 와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뭐라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말 뭐라도요. 현재는 작업실 스튜디오에서 여러 컨셉의 프로필, 앨범 커버, 룩북, 제품 등의 촬영을 하고 있어요. 투잡에서 벗어난 건 아직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사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현재의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2. 사진의 어떤 매력이 소윤님의 직업까지 바꾸게 되었을까요?
매번 사진을 찍을 때마다 사진 작업의 모든 과정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할 때 어떤 것을 만들어갈지 상상하고, 회의하고, 참여하는 사람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합치면서 머릿속에서만 그리던 것을 딱 한 장에만 담아내어 표현하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에요. 또한 한 사람을 찍어도 찍을 때마다 모두 다른 표정과 다른 착장 등 여러 가지 요소들로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만들어놓은 이미지를 다양한 구도에서 담아내고, 또 촬영 중간에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추가되면서 담아낸 수십 장의 사진 중 주제와 가장 적합한 한 장의 사진을 골라내는 것도 참 재미있고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추리고 추려내어 끝내 한 장을 골라내지 못하고 남아있는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하며 셀렉이 어려울 때, 모순적이지만 고통과 뿌듯한 감정이 함께 들어요.
마지막으로 촬영을 시작하면 작업을 최대한 당일에 마무리하려는 편이어서 촬영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지나가버려요. 하루를 아주아주 열심히 산 것 같은 성취감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
3. 소윤님은 사진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작업 중 힘들었던 때는 없었나요?
작업을 하면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그대로 나오지 못했을 때 엄청난 자책감과 자괴감이 몰려옵니다. 만족이 안된 부분이 있다면 경험으로 삼아 다음 작업 때는 다른 방향과 방식으로 만들어가면 되겠다 하고 긍정적이게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생각하는 것처럼 마음잡기가 참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 않아도 될 걱정들에 사로잡혀 다시 한번 자신을 망가트려 놨어요. 뜬금없지만 제 MBTI는 INFJ입니다. 한번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거기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은 성격이거든요. 그럴 때면 잘못된 부분과 불필요한 걱정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메모장에 적은 뒤, 다시 한번 인지해요. 이후에도 정말 풀리지 않을 땐 함께하는 주변 친구들이 많이 잡아주고 도와줬어요. 제가 복잡한 생각들에 사로잡힐 때마다 의지하고 손을 뻗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불필요한 걱정들을 내려놓곤 합니다. 현재는 이런 문제점을 받아들인 상태이고, 익숙해졌는지 힘든 시기가 오면 확실히 전보다 빠르게 회복이 되는 게 스스로 느껴집니다.
4. 카메라를 다루다 보면 손이 많이 거칠어지죠. 손 관리를 위해서 사용하는 제품이 있을까요?
항상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이다 보니 안 그래도 건조한 손이 겨울에는 더 심각해집니다. 한창 일을 시작할 때 꺼칠꺼칠한 손을 오랜 시간 동안 보습해 줄 수 있을 산뜻한 향기의 핸드크림을 찾다가 러쉬에 <핸디 구루구>라는 제품을 알게 되었어요. 옆에 두고 바를 때마다 상큼하고 편안한 느낌이 포인트인 허브 향기가 일의 시작을 알려줬고, 건조했던 손을 꽤 오랜 시간 촉촉하게 만들어줬어요. 겉보기엔 살짝 꾸덕해 보이지만 크리미하게 떠지면서 얇게 발라지는 제형이 특이했고, 바르고 나서는 파우더리하면서 달달한 잔향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엔 향기가 주는 의미가 단순히 ‘누구나에게 좋은 향이 좋은 거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그때의 기분과 기억이 그대로 담겨있어 그 향을 맡게 되면 머릿속에 장면들도 함께 그려집니다. 일상생활에서 저와 함께하는 향기를 찾아보면 정말 많겠지만 핸디 구루구는 일을 할 때마다 함께하는 향이면서 고생을 가장 많이 하는 저의 손을 감싸주는 향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특별한 존재예요. 핸드크림은 쉽게 주고받기 좋은 선물이기에 저에게도 여러 향이 스쳐갔지만 그중에서도 이 향을 자주 사용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게 질리지 않아서에요. 뚜껑을 열어서 손가락으로 적당량을 덜어내고, 손등과 손바닥, 손가락 전체를 감싸면서 손의 온도와 함께 향이 퍼질 때마다 편안한 허브의 오묘하면서 짙은 향기가 코끝에 맴돈달까요? 핸디 구루구를 알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핸드크림이에요.
5. 이전과 다르게 포토그래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요?
앞으로의 목표는 막연하게 성공할 것이라는 것보다는 사진을 놓지 않고 끝까지 가져가고 싶은 게 목표이자 행복입니다. 하고 싶은 게 없었던 저에게는 취미였던 사진이 정말 선물 같았어요. 하고 싶은 것을 찾았을 때 누군가 저에게 이야기해 주기를,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으면 순수하게 좋아하던 게 싫어질 수 있을 거라고”, “즐기며 하던 취미를 잃게 되어도 괜찮겠냐”라고 물어봤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좋아하던 것이 하고 싶은 것이 되었다는 것에 더 의미가 컸고, 왠지 모를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당장 눈앞에 결과물보다는 여러 가지를 경험하며 차근차근 쌓아가고 싶고, 조급해하지 않아야겠다고 항상 생각해요. 저의 사진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저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드리고 정체성을 천천히 알려가고 싶습니다. 최근에 사진을 활용하여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소소하게 관심 있는 것부터 가볍고 얕게 좋아하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전부 적어보았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서 찍고 그걸 이용하여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드는 것. 아직은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라 무엇이라고 자세히 말씀을 드릴 순 없지만, 앞으로 다른 누군가가 보았을 때도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도록 새로운 것을 가지고 꼭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 관심 있게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