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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경달다 Jan 31. 2023

쿵쿵 두근두근 콩닥콩닥

그림책 <바다로 간 고래>를 읽고



어느 날 웬즈데이는 저 먼 곳에 있는 파란 무언가를 보았습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파랑.

그것은 웬즈데이가 아주 높이 뛰어오를 때만 보였습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웬즈데이는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습니다.


가슴이 뛴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설레는 것이 없다면 살아있어도 진정 살아있음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무엇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는가?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어슬렁어슬렁 산책할 때

아름다운 풍경 앞에 서 있을 때

맛난 음식 냄새가 날 때

내 생각대로 그림이 잘 그려질 때

벚꽃이 햇살에 반짝일 때

여행을 떠날 때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를 볼 때

사랑해라고 말할 때

사랑해라고 들을 때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발견했을 때

냥이와 멍뭉이를 쓰다듬을 때

맑고 파란 하늘을 실컷 볼 때

휴일 아침 나른하게 침대에 누워서 더 자도 될 때

예쁜 소품을 고를 때

커피 향을 여유 있게 느낄 수 있을 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날 때

생각과 느낌이 말과 글로 잘 표현될 때

미술관에 갈 때

늦게까지 잠들지 않아도 될 때

좋아하던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을 때

선물을 준비할 때

계획했던 대로 일을 잘 마무리 지었을 때

방학이 다가올 때

금요일 오후 시간에 내가 있을 때

당신이 나를 보고 싱긋 웃어줄 때


쓰다 보콩닥콩닥 뛰는 순간이 자꾸자꾸 늘어난다.

아! 나는 아직까지 행복할 때가 많구나. 못 살고 있는 게 아니구나.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을 살고 있구나.

어느새 안심인지 위안인지 자만인지 모를 감정이 차올라 찰방찰방거린다.

     

그림책에서 진지한 의미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그냥 콩닥콩닥 즐거운 설렘에 집중하고 싶네요.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결국 이런 것들 아닐까요?     

저는 많은 것들에 불안을 느끼며 심장이 쿵쿵거릴 때도 많지만(그래서 자주 힘들어하지만) 또 이렇게 두근두근 콩닥콩닥하면서(그래서 기쁘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살고 있네요.



덧붙이는 글:

결국 주인공인 고래 웬즈데이는 자신을 이상하게 가슴 뛰게 했던 그것을 찾았고 너무나 아름다운 파랑 속으로 기꺼이 들어갔습니다.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들이 복잡한 미로 같은 삶 속에서 내가 나를 잃지 않도록 이끌어줄 것을 믿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내가 가슴 뛰게 하는 것들을 닮아가기를 그래서 조금은 아름답고 따듯하고 다정한 존재가 될 수 있기를 욕심내어 봅니다.


<바다로 간 고래>는 트로이 하월이 쓰고 리처드 존슨이 그리고 이향순 님이 옮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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