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트리오의 <영화보다 행복해>에 부쳐.
어디까지 가 보셨나요?
올해, 처음 뜨는 태양을 보기 위하여 어디까지 다녀오셨나요?
그날의 태양이 마지막 잠드는 모습도 보고 오셨나요?
만일 그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한번쯤 볼 것을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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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잎으로 끓여낸 국을 생일 미역국으로 대신 받았다는 G가 살았던 골목길 안쪽에는 강가까지 길게 이어지는 사과밭이 있었다. G의 집은 그 골목길 끝에서 두번째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기타를 잘 연주하던 그와 친해지고 난 뒤에는 종종 놀러가곤 했다.
어렸을 때부터 한 동안 연극을 했던 그가 빛바랜 사진을 보여 주며 지금은 고인이 되신 OOO씨라며 그에게 직접 연기지도를 받았다며 자랑을 했다. 그런 그에게 발성법과 제스쳐를 배운 탓인지 내 목소리에도 약간이나마 좋은 부분이 있다.
G가 만학도를 꿈꾸며 등록금을 벌기 위해 붕어빵 장사를 준비하는 동안, 그러니까 W시 중앙동 뒷골목에까지 낡은 포니 자동차를 끌고 다니며 밀가루를 사고 팥소를 사고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빵 구워내는 온도의 노하우를 알아내는 동안, 그리고 결국에는 알맞게 구워내어 '내 다방' 앞, 이 백년이나 된 느티나무 아래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붕어빵을 팔 수 있을 때까지 늘 함께 했다.
G는 나에게 처음 겪는 일을 많이 경험시켜 주었다. 좀 아까의 일들-맨드라미 잎국, 연극 지도, 붕어빵 굽기- 말고도 제법 많았다.
나이 차이가 꽤 났지만 이러구러 가까워진 덕에 그댁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워낙에 내성적이라 낯선 자리가 어렵던 나.
좁다란 골목에 놓인 보도블럭의 금을 밟지 않기 위해 우스꽝스런 걸음을 했던 걸 보면 그 걸음이 꽤나 좋았던 것 같다.
사과 꽃 하얀 향기가 한 줄기 바람이 되어 강가로부터 불어왔을 사과밭에는 붉은 해처럼 타오르는 사과만 가득.
첫사랑 같은 색이었다.
나는 가만히 상상해 보았다.
첫사랑과 나누는 달콤한 첫키스.
마음 급한 오늘의 주인공의 서투른 모습.
눈을 뜨고 보니 피앙세의 입술은 지는 해처럼 붉게 번져 있다.
그리고 붉은 볼은 타는 듯하다.
마침내 눈물 한 방울로써 그 사랑을 완성시키겠지.
우리 중에 사과 향 같은 향기롭고도 쌔한 그리움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눈 감으면 사과 향기가 난다던 조 트리오의 '영화처럼 행복해'를 듣다 보면 어쩐지 그 골목의 아스라이 사라진 기억들이 떠올랐다.
이문세씨가 부른 '저 붉은 바다 해 끝까지, 그대와 함께 가리~'의 느낌도.
그랬다. 그 골목은.
처음 겪어내는 일들로 가득했던 곳.
지금쯤 하얗게 흩뿌리는 사과 꽃향기에 정신을 잃을지도 몰라.
다시 정신을 차렸을 무렵엔 붉은 빛 사과가 불타오르고 있겠지.
강가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골목과 넘실거리듯 붉게 타는 해가 강물도 붉게 물들이고 안개마저 붉게 타오른다면,
그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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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열 줄 공백을 띄운 뒤
마음마저 붉게 타오르는
나는 이제,
마지막 남은 붉은 빛 사랑을 아낌없이 불태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