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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느티나무 Jun 13. 2016

reflection

달의 운명

해가 아직 저물기 전인데

달이 둥싯 떠 있는 것은

안양천 한 켠에 미루나무가

홀연히 자라나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영문도 모르는 채

반사체가 되는 삶,

그것이 달의 운명쯤 된다면

자라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이 미루나무의 삶이 설명이 된다.


뉘라서

그 섭리를 설명하겠느냐마는

보란 듯이 자라나는 이 푸르름을

미루나무 스스로의 힘은 아니라고 해 둔다.


그래야만

내 자신 또한,

어쭙기는 해도

당신들의 햇빛을 반사해내는

저 달빛쯤 되겠노라는

나의 다짐을 온전히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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