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대추의 맛
이 무렵.
대추가 붉게 익어갈 무렵.
고등학교 다닐 때 이야기입니다.
도시락을 남들의 두 배 크기를 가지고 다니던 봉덕이가 줬는지 축구 신동 명철이가 줬는지 기억이 잘 나지를 않습니다만 그 두 명 중 한 명인 건 확실합니다.
아침에 등교해서 여느때처럼 소란스럽게 놀고 있는데 이제 막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대추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대추라고 해 봐야 떡 고물로 들어가는 붉은 대추, 채반에 널어 말리는 들척지근한 느낌의 덜 마른 대추의 끈적거리는 대추를 먹어본 일이 전부라 선뜻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싫음말고.' 이랬겠죠.
그러면서 한 입 (^-^)v 깨물어 먹는 모습이 여간 맛있어 보이지 않아서 '그럼 나도 하나만' 했더니 씨익 웃으며 건네 줍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말린 대추의 맛과 생 것 그대로의 대추는 맛의 차원이 다릅니다.
혀 끝에 살짝 감아도는 새콤함과 달콤함은 이제는 잊혀진 '홍옥'의 향과 비슷하구요. 그 아삭거림은 여느 과일과도 비교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한 개 먹고 다시 두 개 먹고... 계속 집어 먹게 되지요.
혀 끝이 약간 얼얼해지는 불편함을 뺀다면 요즘의 대추는 그야말로 천상의 과일입니다.
아파트 단지를 나설 때 쳐다 보는 대추가 붉게 익어 가더군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안에 태풍과 벼락과 천둥과...
그렇게 둥글어졌노라고 하는 대추.
그냥 그리 될 리 없다하는 붉어지는 그 대추는 오늘 제게 소싯 적 추억을 떠오르게 하네요.
※대추 사진은 작아서 때를 모르는 부추꽃 사진을 곁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