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사람의 삶을 부러워한 오씨 부인

<설화의 재탄생>

와락 안겨 흐느껴 우는 모습이 너무 애처로와 꼬옥 안아 주었다. 그럴수록 몸서리치며 흐느껴 운다. 가느다랗고 하얀 팔에 이따금 힘을 준다. 남자는 입을 앙다문 채로, 눈은 먼 산을 바라보며 그간의 미안함으로 굵은 눈물 방울이 볼을 타고 흘렀다. 남자도 울고 있었다.


"이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얼마쯤 지나, 남자의 목을 휘감고 있던 가느다란 팔을 풀고는 여자가 말했다.


"저를 끝까지 믿어 주셔서 감사해요, 서방님."


"부인..."


무언가 대꾸를 하려고 하는데 도무지 나오질 않았다.

일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홀연히 오색 안개가 피더니 여자는 넘실거리며 하늘로 올라갔다.


'아아, 정녕.'


'이건 모두 내 실수이다.'


'부인, 정말 미안하오. 당신을 끝까지 믿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을...'


한참이나 땅바닥에 엎드린 채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지만 아까의 오색구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을씨년스러웠다. 계절에 맞지 않는 스산한 바람이 꼭 눈이 내리지 않는 초겨울 같았다.


남자는 원래, 경북 봉화의 한 산자락 태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정직하고 성실하여 그 동리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어 날품을 팔지언정, 빌어먹지는 않을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았다. 결혼도 어찌 어찌하여 아들 딸을 두어 가난하지만 행복한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기도 잠깐, 하늘도 무심하신걸까?

삼 년을 내리, 기근이 들어 초근목피는 말할 것도 없고, 개울에 있는 물까지 싹 퍼날라 물고기 씨까지 마른 지도 한참이나 되었다. 먹을 게 사라지니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살 자리를 떠나는데 남자는 태어날 때 가지고 온 두 쪽뿐이라 어디 의지할 사람도 갈 곳도 없었다. 별 수 없이 흙을 캐어다 먹으며 버티기를 여러 날, 이제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꼼짝없이 굶어죽을 판이었다.


"더는 안 되겠소, 부인. 이렇게 앉아서 죽느니 내 이 산골을 벗어나 어떻게든 방도를 찾아보겠소."


"아니 될 말씀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넘의 집 머슴을 산다 해도 아는 연줄이 있어서 갈 수 있었지. 우리 같은 사람은 마을을 벗어나는 순간 바로 굶어죽을 거에요."


"아이고." 아내의 말을 듣더니 그만 마당에 주저 앉아 울고만다.

아내의 말이 맞았다. 의지할 데라고는 이 산 어디 밖에 더 있을까? 태어난 뒤로 갖은 고생을 다하며 터를 닦았는데 마을 사람들마저 떠나 버린 곳에 가 봐야 무얼 할 수 있을까?


"여보, 부인, 그 흙으로 쪄낸 떡을 내게 두어 개만 집어 주구려."

남자에게 뭔가 생각이 있었던 모양인지 울음을 그치고 애써 밝은 표정을 짓는다. 아내는 영문도 모른 채 떡을 건네어 주었다.


"서방님, 어디를 가시려고 채비를 차리시는 겁니까?"


"생각해 보니, 내가 깜빡 잊은 곳이 있소. 어릴 때부터 늘 궁금해 하던 곳인데... 마을에서는 신령한 곳이라 가질 못하게 하는 곳이 있다오. 그곳은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곳이니 아마도 무언가 떼꺼리를 찾을 수 있을게요."


걱정이 앞서 말리는 아내를 뒤로 하고 남자는 길을 나섰다.


얼마쯤이나 갔을까? 점점 깊어지는 산세에 남자는 슬슬 걱정이 되었다.


'야단났는 걸. 초행인 데다가 산세가 점점 더 험해지니 까딱하다가는 예서 밤을 맞겠다.'


허리춤을 조여매고 발을 서둘러 놀린 덕분에에 골짜기 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 남자는 커다란 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면 되겠구나.'


'바위가 앞뒤로 막아주니 비바람은 말할 것도 없고 짐승이 해하려 들기도 어렵겠다.'


개울물에서 세수를 하고 물을 한껏 들이킨 후에 아내가 싸 준 흙떡으로 요기를 했다. 그거라도 들어간 덕분이었을까? 바위가 맞아준다고 해도 첩첩산중, 한기에 몸을 옹송거린다. 그러다 스스르 잠이 들어버렸다.


"아우 잘 잤......"


남자는 기지개를 켜다 보료 위에 누워 있는 자신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뿐인가? 하얀 명주로 짠 옷이 눈이 부시다.


"기침하셨습니까?" 놀라기도 잠시, 묘령의 여자가 시중을 들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요?"


"예, 저는 이 산골에 사는 오 아무개인데... 어제 오랜만에 바깥 나들이를 다녀오다가 서방님을 뵈었습니다."


"서방이라니요. 나는 이미 결혼한 몸, 이 아래 마을에 가정이 있소이다."


"네,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 밤 이미 합방한 몸, 이것도 연이려니 하고 함께 사시지요." 하며 고개를 숙인 채 말하는 여자의 콧날이 오똑하다.


"험험."


"그럴 수야 있겠소만은..."


"내 어찌된 영문으로 예까지 오게 되었는지, 또 당신은 뉘신지 그 내력 좀 말해 보시오."


"아침 조반을 차려 두었으니 그것부터 드시고 들으셔도 늦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렇게 간만에 아침 같은 아침을 먹고 나니 남자는 긴장이 풀렸는지 금세 또 잠이 들고 말았다. 자고 일어나니 또 다른 반찬으로 '이것 좀, 자셔 보시라, 저것 좀 자셔 보시라'하는 통에 남자는 사나흘을 극진한 공양을 받으면 편케 지내게 되었다.

그 사이, 퀭하던 눈에도 빛이 돌아 예전 한창 힘을 쓰던 때의 몸으로 회복하게 되었다. 과연, 어릴 때부터 여기저기 들일을 하던 몸이라 그런 모양인지 몸이 다부졌다.


"서방님, 오늘 저녁에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그 내력을 들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전에 목욕재계하시고 제가 마련해 둔 의관으로 정제하시기 바랍니다."


저녁이 되어, 다시 마주 앉아 보니 양볼이 발그레하게 복숭아 빛으로 물들었는데 영락없는 선녀였다.


"한 잔 드시지요."


가느다란 손으로 약주를 올리는 손 끝의 향기에 남자는 아찔함을 느꼈다.

술을 올릴 때마다 잠자리 날개 같은 옥색 겉옷이 수런거렸다.


"부인,"


"아, 아니오. 내, 나도 모르게 실수를 했소이다."


"아닙니다. 서방님. 그날 처음 뵙게 된 이후로 합궁을 하셨으므로 실은 부인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기억에 도무지 없는 일이라 얼굴을 붉혔지만 술도 들어간 탓이었을까? 전 날의 그러한 부끄러움 보다는 남자의 본심이 슬슬 타올랐다.


"안주도 없이 그리 술을 드시면 몸이 탈이 납니다."


"부인, 더는 못 참겠소이다."


그날 밤을 꼬박 남녀의 정으로 꼬박 채우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한참을 자는 중에 한기가 들어 가만히 눈을 떴더니 영창으로 하얀 달이 휘영청 밝은데 보료 위에 자신뿐이었다.

달이 밝은 참에 문을 열고 달빛을 구경하노라니 자박자박 풀섶에서 소리가 났다. 여자였다.


"저 때문에 깨셨군요."


하이얀 소복을 입은 태가 달빛을 받아 더욱 더 눈이 부시다.


"아니오, 달게 자서 아주 편안하다오."


"마침, 달빛이 좋아 구경을 하던 참이라오."


"부인은 깊은 밤 중에 어디를 다녀 오시오."


"네..." 여자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


"요 앞 우물 가에서 치성을 드리다 왔습니다."


"부인, 우선 안으로 드십시다. 새벽 공기가 몸에 좋지 않아요."


"몸이 몹시 차구려." 남자는 자신이 누워 있던 보료에 여자를 눕혔다.


그렇게 여러 날을 보내다 보니, 더할 나위 없이 예쁜 부인에, 아침 저녁으로 정성스레 내오는 식사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꼬끼오!'


난데없이 닭 홰치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산 아래 두고 온 처자식들이 생각났다.


'가만있자...'


손가락을 굽어보며 날짜를 헤아려 보더니 난색을 표한다.


'이거 야단났구나.'


"무슨 일이세요? 서방님?"


"아, 부인. 이것 참 큰일이오."


"조금 있으면 할아버지 기제삿날인데 내가 그만 나혼자 편하자고 처자식을 두고 온 생각이 났지 뭐요. 할아버지 제사도 제사거니와 그 사이 처자식이 굶어죽었을까 봐 그게 걱정이오. 내, 오늘 조반을 마친 뒤에 바로 좀 가볼까 하오. 오래 걸리지 않아 꼭 돌아오겠소."


"아, 네 그런 일로...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리고, 가시는 길에 이걸 꼭 챙겨 가세요."

하며 여자가 전부터 싸 두었던 보따리를 챙겨 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누군가 말을 걸더라도 대꾸를 하지 말라고 일러 주었다.


"그럼 서방님, 조심히 잘 다녀오시고... 일을 다 보신 후에는 꼭 돌아오셔야 해요."


"내, 반드시 그리 하리다."


그렇게 며칠을 걸려 다시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니 예전의 좁은 오솔길은 간데없고, 널찍하게 닦여진 길 위로 부지런히 일꾼들이 드나들며 일을 하는데 집이 있던 곳에 가 보니 커다란 기와가 들어앉았는데 더욱 더 가관인 것이 높이 솟은 소슬대문 안으로 대문이 몇 개나 있는지 몰랐다.


"이리 오니라~ 이리 오니라."


그전 같으면야, 내 집이네 하고 들어가겠지만은 집터는 분명한데 영문 모를 기와집이 있으니 그렇게 불렀던 거였다. 커다란 문이 열리니 마당쇠가 부리나케 뛰어 왔다.


"영감 마님, 이제서야 오십니까요?"


"영감이라니, 자네는 누구인가?"


"제(네), 저는 머슴 사는 놈입습죠," 하더니 집안을 향해, 크게 외쳤다. "마님, 마님, 영감 마님이 돌아오셨어요."


우르르 일대 가족이 나오는데 영락없는 전 부인과 아이들이라.

그 사이, 얼굴빛들도 좋아지고 고운 옷들을 걸쳤는데 다시 봐도 틀림없는 제 처요, 아이들이라.

반가운 마음에 얼싸 안고, 그 사이 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소상하게 일렀다.

듣자 하니, 남자가 떠난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앞에 누군가 보따리를 놓고 가는데 며칠이나 두어도 그대로 있고, 근처에 사람이라곤 얼씬도 않았던 터라, 가만 살펴 보니 금덩어리들이 있었다며... 그 뒤로도 몇 번이나 금은보화를 담은 보따리를 집앞에 두고 갔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남자대로 그간의 이야기를 소상히 일러주었다.

저녁을 물리고 보료 위에 오랜만에 둘이 누웠다.


"여보, 부인. 내가 아까는 아이들이 있어 차마 말을 하지 못한 것이 있소."


"네, 말씀하시어요. 저도 짐작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래, 이 남자는 그간의 일들을 이번에야말로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일러 주었다.


"어찌됐든, 이리 모두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영감이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아마도 그 금은보화는 그 댁 오씨 마님이 남몰래 보내온 것 같군요."


그렇게 서로의 사정을 나누며 밤을 보냈다.

그 뒤로 며칠 동안이나 할아버지 제삿상을 준비했다. 당일날 자정이 되어 모두 모여 제사를 지낸다.


"기세차..."


제사를 마치고 음복을 하고 음식을 먹으며 덕담을 나누었다. 미리 말한 터라, 그사이 정이 더욱 더 애틋하였다.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남편과 부인은 부인대로...


이튿날이 되었다.

가볍게 행장을 차린 남편을 배웅하며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시든지 잘 지내시고 건강하라는 안부를 서로에게 전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하룻길만 남은 상황에서 주막에 들러, 탁배기로 목을 축인 남자는 방에 일찌감치 들어 잠이 들었다.


'이제 하룻길만 가면 된다.'


'얼른 눈을 붙이고 새벽 전에 길을 나서야겠다.'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방 문 밖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것이야. 아무것이야.'


처음에는 몸을 뒤척일 뿐이었으나, 자꾸 부르는 통에 누운 채로 눈을 떴다.


"아무것이야, 아무것이야."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아무것이야 아무것이야."


"뉘시오?"


"나는 니 핼애비다. 어제 니가 차려준 음식을 먹고 너무 고마워서 돌아가던 길에 너에게 들렸다."


"문 좀 열어 보니라."


"우리 할아버지 같으면 이미 작고하신 지가 하마 여러 해가 지났는데... 어찌 할아버지라 하시오."


"아무것이야, 아무것이야. 그러면 내가 어찌 네 이름을 알겠느냐."


"문을 열기 싫으면 그만이지만, 너, 이대로 그냥 갔다간 꼼짝없이 죽고 만다."


꼼짝없이 죽고만다는 얘기에 움찔, 문을 열어 주려는 찰나, 오씨 부인 얘기가 생각이 났다. 어느 때에라도 대꾸를 하지 말라는 얘기를...


"예끼, 여보시오. 농일랑 치지 마시오. 우리 할아버지를 어제 제사에 뫼셨는데 이리 다시 오실 리가 없소."

단호하게 대꾸했다.


"에잉, 그러면 맘대로 하려무나. 그런데 갈 때 가더라도 그냥 가지말고 장터에 잠시 들러 담배를 근 가옷 되게 사가거라. 그놈을 몸에 지니고 또 한편으로는 입에 씹고 있으면 니가 죽는 일은 없을 거야."


"여자가 조반을 차리느라 부엌에 있을 때에 부엌문을 열고 침을 퉤, 퉤, 퉤 세번만 뱉거라. 그러면 내 말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남자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전에 없이 머리가 아프고 무거운 것이, 어제 밤 잘 때와는 도무지 다르게 몸이 좋지를 않아서 결국, 이대로 가기는 어렵고 아닌 게 아니라 가는 길에 장터에 들러 약이라도 좀 해 먹기로 했다. 약을 하 보시기 먹고 나니 다시 기운도 나 길을 나서려는데 바로 앞에 담배를 파는 곳이 있었다.

꿈 같은 일이기는 했으나 그 놈을 사가기로 해서 근 가옷을 챙기니 몸에서 매운 담배내가 가득했다.


집이 앞에 보이는데 어찌 알았는지 오씨 부인이 옷을 정갈하게 차려 입고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서방님, 어서 오.... 아이 매워. 서방님, 짐 바리에 든 것이 무엇인가요?"


"아, 아무것도 아니오. 주막에서 한 방에 잠이 들었더니 냄새가 배었나 보오."


"그나저나 몹시 시장한데 밥을 한 술 먹을 수 있겠소?"


네, 그러마고 부엌으로 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허, 참으로 신기한 일이로구나.'


'어찌 저리 담배내를 알았을까?' 생각하며 담배를 꺼내 씹기 시작했다.


"아이고, 배야. 아이고."


'어제 할아버지가 오신 게 맞는 모양이다.'


남자는 담배를 씹다가 부엌을 향해 뱉었다.


"아악!"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 문을 열고 나가 보니 바닥에 엎드러진 채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또 한번 퉤하고 뱉었다.

고통스러워 손으로 바닥을 긁어 손톱이 다 으스러졌다. 곱던 눈이 다 충혈되었고 한껏 차려입은 옷도 엉망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남자가 이내 후회했다.


'저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그 동안 나를 봉양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닐진대, 혹여 요물이 되어 나를 잡아 먹는 한이 있더라도 죽고 말뿐이지, 저리 고통스럽게 해서는 아니디겠다.'


하고는 입 속에 남은 것과 등짐을 뒷문을 향해 버려 버렸다.


"으아아아악!"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아니, 이런 원. 이건 또 무슨 일일까?' 하는 찰나에 겨우 몸을 추스린 오씨 부인이 문밖에 서서 자신을 불렀다.


"서방님..."


"좀 나와 보시어요."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오씨 부인이 겨우 서서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인, 미안하오."


"아닙니다. 서방님. 그보다 저 골짝을 한번 보십시오."


오씨 부인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대청 기둥 같은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혀를 깨물고 죽어 있었다.

놀란 눈을 하고 다시 보니, 말을 잇는다.


"저는 본래 하늘에 살던 선녀이온데 하늘에 죄를 짓고 땅에 내려와 지네로 살며 속죄하며 살던 중이었습니다."


"저를 아내를 맞아주는 이에게 천 일을 공양하며 속죄하며 살면 그 사람과 영원히 살 수 있게 되었는데..."


"바로 오늘이 천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완전히 넋이 나간 채여서 남자는 대꾸도 하지를 못했다.


"저 구렁이는 저와 같은 이유로 하늘에서 떨어진 것인데 천 명의 사람을 잡아 먹어야 신선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사람을 해하는 요물이었습니다. 서방님이 마침 천 명째 되던 사람으로 그날, 바위가 구렁이가 자주 나오던 곳이었습니다."


"아아..." 그제서야 외마디 탄식을 했다.


"서방님과 살다보니, 한평생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데..."


"부인... 모두 내 잘못이오. 내가 어찌하면 되겠소."


"서방님, 저는 사람으로 살기는 틀렸습니다. 허지만, 가여이 여기시어 하늘로 도로 불림을 받게 되었으니 염려 마시어요."


"앞으로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어느 누구를 만나더라도 서로 약조한 일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색 구름이 다 훨헐 흩어진 후에야, 남자는 자신이 널찍한 바위, 그러니까 처음 잠이 들었던 그 마당바위 아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화를 찾다 보면 판타지적인 요소가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중에서도 사람이 되고픈 지네라든지, 구렁이라든지... 심지어 이들은 하늘에서 살다왔고 어느 정도의 연단 과정을 거치면 하늘로 돌아가게 되는데...그것보다는 사람으로 살아가고픈 욕망을 보인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이러한 삶을 희구하는 것일까?

아직 이러한 내력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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