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처녀골 유래

설화의 재탄생

"영감..."


"부인도 들었소?"


"예, 영감. 실은 며칠이나 되었답니다."


"그렇군요, 부인. 실은 나도 몇 번이나 제자리로 돌려 놓았소이다."


"허허, 우리 딸이 원통하고 원통한 모양이구료."


부인은 말도 잇지 못하고 그저 눈물을 찍어내고 있다.


"불쌍한 것... 아비가 잘 뉘어주마."


이윽고, 벽장을 열어 딸 아이의 혼백이 담긴 딸 아이의 위패를 바로 세웠다.

그렇지만, 세운 공도 무색하게 바로 툭 하고 넘어졌다.


"아가, 어찌 이러느냐??"




진주 도동에는 예안 이씨(禮安 李氏) 가문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자식이 귀했다. 늘그막에 겨우, 얻은 딸이 있었는데 평소 인연이 깊었던 함안 조씨(咸安 趙氏)와 어려서 혼인키로 약조를 해 놓았다. 그러다가 서로 사정이 있어, 편지 왕래를 하게 되다가 그마저도 뜸하게 되었다.

그사이, 딸 아이도 장성하여 처녀 테가 났다. 그런데 그만 병이 들어 시름 시름 앓더니만 죽고 만 것이었다. 당시 그곳에서는 부모가 모두 살아 계시고, 어려서 죽은 자식이 있으면 그게 안타까워 혼백을 담아 위패를 두고 3년을 보관했다.

그래, 그렇게 보관을 잘하고 있는데 요 며칠부터 위패가 자꾸 쓰러지는 것이었다.

아무리 달래도 안되니 부모 속이 속이 아니었다.

그날도 아침을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바깥마당을 거니는데 어디선가 풍악소리가 들리며 '이리 오너라'며 웬 벼슬아치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영감 마님, 영감 마님"


"어찌된 소란이냐."


"예, 마님, 말을 타시고 어사화를 꽂으신 분이 예를 들려 가신다 하십니다요."


"아니, 뉘신대. 여길 오신단 말이냐."


"아니다, 내가 직접 가보고 인사를 올려야겠다."


그 사이, 청년은 말에서 내려 이쪽으로 와서 인사를 건네었다.


맞절을 하며, 물었다. "어디 사시는 누구이신지, 함자를 들려 주시오."


아무개라고 소개하는데 도대체 모르겠는 표정을 지었다.


"저희 부친의 함자가 이러 이러합니다."고 다시 말씀을 올리자, 그제서야 생각났다는 듯이 반색을 하였다.


"자네가 바로 그때, 그 아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어르신. 제 절을 받으시지요."


"아닐세 아닐세, 절은 내가 올려야 할 판. 그보다 먼저 안에 드세."


안으로 들어 잠시 인사를 나눈 뒤, 말을 잇는다.


"내, 자네를 보니 얼마나 마음이 기쁜지 모르이."


"저 또한 그러하옵니다. 고향으로 가는 길에 먼저 이곳을 들렸습니다."


좌우를 두리번 거리며 얘기를 한다.


"자네, 내 딸 아이를 보러 왔구먼."


"네... 하하. 어디에 있습니까? 오늘 입때까지 이런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그 사이, 저고리 고름으로 눈물만 찍던 마나님이 일어서며 말을 더했다.


"자네에게 내 딸을 보여줘야지. 아가, 네 낭군이 왔구나. 어여 인사 올리려무나"며 벽장을 여는 것이었다.


"자네, 너무 놀라지 말게. 딸 아이가 그만 병을 얻어 죽고 말았다네."


놀랄 틈도 없이, 사위를 향해 보여주는 위패가 스르르 남자의 소매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아, 아버님 어머님 어찌 부고도 안 하셨는지요."


"미안하네, 내 너무 마음이 아파, 알릴 겨를도, 기력도 없었다네. 나를 용서하시게."


"아닙니다. 이제 사정을 알았으니 이대로 혼례를 치르게 해 주십시오."


"아니, 사람이 없는데 어찌 혼례를 치른다 말인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대로 홀로 지내도 상관이 없으니 날을 받아 알려 주십시오."며 절을 했다.


그래, 그 정성을 보아 날을 잡고 혼롓날이 되었다.

혼백을 앞두고 결혼을 하는 모양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어느새, 합근(合巹)까지 마쳤다. 하례를 하고 고개를 들어 보니, 생전의 각시가 눈앞에 보이며 무어라 무어라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아무 데, 아무 곳에 가면 이러이러한 사람이 있으니 꼭 재취(再娶)하시라며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사람들 또한 오색구름이 피어나는 것만 바라보며 아연(啞然)하는데 나중에 그런 일들을 듣고 모두 기뻐하였다.

신랑이 훗날, 사주단지를 들고 생전의 각시가 알려준 곳으로 가보니 청상과부가 있어, 그간의 사정을 일러 부부가 될 것을 구하였다. 그 뒤로 부부가 되어 일곱의 아들을 두었는데 그들 모두 관인을 차고 있었다 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을 텐데 이처럼 견디기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설화는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사정을 다 전해듣고, 혼백과의 혼례를 치르려 했던 그 순애보. 하늘도 갸륵히 여기셨는지 하늘로 부르고, 신랑은 가문을 일으켜 세웠다. 특별히 이번 설화는 아무 데, 아무개처럼 막연한 대상이 아니라, 함안 조씨, 예안 이씨라고 밝히는 부분이 매우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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