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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중

주어진 행복을 자세히 관찰

by 황태


행복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나의 행복을 이루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무시한 채 다른 것들을 쫓아다녔던 것 같다. 예를 들면 괜히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뒤적거린다던지,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나의 행복은 나의 비밀 속에 있는데 말이다. 나의 마지막 비밀인 글쓰기 속에. 그리고 나의 삶을 사랑하는 그 마음 속에.


영문을 모르겠지만 그저 괜히 다른 데에 기웃거리다 오곤 했다. 이미 알아버린 행복 앞의 자만심인지 아니면 이미 알기 때문에 다른 것을 경험하고 싶은 모험심인지. 나는 늘 행복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나의 비밀을 외면하고 있었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가능한 그곳에서 버티며 주변의 괴이한 식물을 관찰하라고. 나는 내가 있는 이곳에서 도망치려 하지 않고 가능한 버티며 내가 가진 행복을 펼칠 때 행복해질 것이었다. 어디로 떠나거나 무엇을 하려고만 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니.


다만 삶의 목표를 기쁨에 맞추고 어린아이처럼 늘 즐거워하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이 기쁨이 되면 된다. 정말 단순한 원리다. 내가 무엇을 해서 기쁜 게 아니라 내가 기쁘면 무엇을 하든지 기쁘다. 나의 마음에 행복을 품고 살면 된다.


기뻐하라! 즐거워하라! 삶의 목표는 기쁨이다. 하늘, 태양, 별, 풀, 나무, 동물,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기쁨을 느껴야 한다. 어린아이처럼 늘 즐거워하도록 하라. 레프 톨스토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나의 마음에 행복을 품는 법이 따로 있을까? 내가 무엇을 하든지 종일토록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일까? 방법이란 없다. 다만 관찰해야 한다. 주변의 괴이한 식물을 관찰하듯이 나에게 이미 주어진 행복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피부에 가닿는 바람 속에 담긴 행복을 자세히 관찰, 귀찮은 업무 속 성취감의 행복을 자세히 관찰, 피곤한 상사의 귀여운 모습을 자세히 관찰, 잇따른 불행 속 전화위복의 기미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행복은 이미 모두 주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진정한 행복의 원천은 우리의 가슴에 있다.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어리석다. 이는 마치 늘 품고 다니는 어린양을 두리번거리며 찾는 격이다. 레프 톨스토이, <살아갈 날들을 위하 공부>


나의 행복을 당당히 지니고 있는 나는 언제든지 행복을 꺼낼 수 있다. 이미 행복을 지닌 나는 주변의 괴이한 것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버틸 수 있다. 나는 불확실한 미래 속 어떠한 것을 쫓거나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곳에서 행복할 수 있다. 오늘 하루 종일토록 행복을 완수할 수 있다. 오늘의 행복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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