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함과 사랑, 섬김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빌 2:3)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마음이라니. 이보다 더 겸손을 잘 표현한 문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남보다 낫다고 생각할 때 나는 남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장신구를 하고 어떤 세상적인 성공을 거두었는지를 계속해서 신경 쓰게 되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질투하게 된다. 또한 겉모습이 나아보이게 하기 위해 물질에 눈을 돌리고 탐욕에 빠지게 된다.
내가 제일 쇼핑을 많이 하고 나를 꾸몄을 시기를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내가 예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을 때였다. 내가 남들보다 예쁜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은 하는데 남들을 볼 때마다 나보다 더 예뻐 보이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더더욱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 반 내가 더 나야 져야 한다는 생각 반으로 외적인 모습을 가꾸는 데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내가 더 낫다는 생각 한편에 왜 나는 다른 사람처럼 예쁘지 않고 뚱뚱하며 저런 것을 가지지 못했는지 자책하는 시간이 잦아졌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주위의 여자들을 한 번씩 바라보고 비교했던 것 같다. 내가 남보다 나아지려고 하는 순간 모든 악순환은 시작되는 것이고 이 모든 굴레는 남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겸손함만이 끊을 수 있다.
남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기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남을 나보다 높이는 순간 아득바득 버텼던 내 마음이 한순간에 사르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남보다 나아지려고 할 필요도 없고, 남과 나를 비교할 필요도 없어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나은 것이 당연해지니까.
더하여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비는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또 사랑의 마음으로 남을 위하는 행동을 한다면 우리는 온화함과 겸손함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게 되고 어떠한 행동을 하든지 용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사랑의 시선으로 상대를 예쁘게 바라보면서 나는 온화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비는 사랑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노동은 영혼의 양식이 된다.
겸손과 온화함은 가장 중요한 것, 사랑을 크게 만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남을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다.
레프 톨스토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지금은 시누이가 된 언니를 한때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 봤던 적이 있다. 반은 선망의 눈, 반은 질투의 눈으로 바라보다 보니 시시때때로 이런저런 생각과 감정들에 시달렸던 것 같다. 하지만 가족이 되면서 언니를 나보다 나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고,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온화한 마음과 겸손한 마음을 지니게 된 나는 시누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게 되고 사랑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들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은 바로 남을 섬기려 하는 마음일 것이다.
비록 시누이는 지금 가족이지만, 다른 사람들도 겸손한 마음으로 나보다 낫게 여기고 사랑하게 된다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감정들에서 벗어나 비로소 온화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온화한 감정과 남을 섬기려 하는 사랑의 행동들은 나의 영혼을 풍요롭게 할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