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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에 대한 고찰

나의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나는 내가 된다.

by 황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 나 왜 용돈이 부족하지 않지?"


회사에서 매일 메신저 하는 같은 팀 언니는 옷과 가방, 액세서리 등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매일 무엇을 사고 싶은지, 살 가치가 있는지, 다음 달까지 참을 것인지, 이게 예쁜지 저게 예쁜지 토론하곤 한다. 그 언니는 한 달에 순수한 용돈이 60만 원인데 매번 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한 때 매주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많이 찍었던 적이 있다. 매번 새롭고 예쁜 옷이 없을지 고민했고, 좋아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시즌별 신상이 뜰 때마다 한 두 개씩 샀다. 항상 쇼핑몰 랭킹을 체크했고 위시리스트를 주제로 블로그 글을 쓰기도 했다. 옷에 따라 가방과 신발이 다르게 매치되어야 했고 머리나 네일도 관리했다. 심지어 먹는 것, 마시는 것도 항상 예쁘고 인기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래서 언제나 용돈이 부족했었는데 그때는 왜 부족한지도 몰랐다.


지금이 되어서야 정말로 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 그 전은 약간 부유하듯이 떠다니는 삶이었다면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고, 또 돈과 교환되는 것들을 실제로 껴안고 체감하며 살아가는 기분이다. 또 옷과 장신구, 가방, 신발 등을 더 이상 사지 않다 보니 세상에 관심이 없어졌다. 빠르게 돌아가는 유행이나 세상의 어떤 것들에서 한 발짝 멀어진 채 나의 세계를 살아가는 기분이다.


대신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나의 외면이 아닌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불행을 이겨내기 위해서 어떤 삶의 체력을 길러야 할 것인지, 선한 마음을 어떻게 가꿔나갈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또 나의 몸을 관리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체중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다.


당신이 부지런히 가꾼 든든하고 선한 뜻이 마음에 가득할 텐데 어떻게 탐욕이 그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었소?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_연옥 편>


나를 둘러싼 것들로 인해 즐거워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체로 인해 행복해지는 상태에 도달했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도 나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행복을 나를 둘러싼 것들에 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고이고이 보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아서 마침내 그토록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닫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저녁에 퇴근해 부둣가를 따라 천천히 걸어 돌아오는 것이 행복했다. 하늘은 초록빛이었고 나는 기분이 좋았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


세상으로부터 어떠한 것들을 사 와서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행복하다는 생각 대신에 세상을 구성하고 있었던 원래의 세계, 즉 자연과 직접 교감하여 행복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몸뚱이뿐인 세계와 닮아지는 것이다. 나의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비로소 나는 내가 되고 세계와 닮아진다. 그때 비로소 주어진 것들과 나를 둘러싼 환경을 똑바로 직시하며 행복해질 수 있을 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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