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인가 고민하게 됐다.

아모르파티와 좁은 길

by 황태

진짜 이직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인가 고민하게 됐다.




어제 평소와 같은 일상 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곧 오게 될 신입이 맡게 될 업무들을 듣고 딱해하고 있었다는 것 정도가 특별한 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사람에게 한없이 냉정해지는 법이다. 그냥 불쌍하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겼다.


근데 갑자기 팀장님께서 부르셨다. 새로오게 될 직원이 전 회사에서 하던 업무가 지금 내 업무와 같은데 내 업무를 새로운 직원에게 넘기고 내가 그 직원한테 주려했던 업무를 하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이셨다. 굉장한 우선권을 주시는 것처럼 말씀하셨지만 팀장님이 어떤 걸 원하시는지 알 것 같았다.


일단 새로운 직원이 오자마자 다들 기피하던(제대로 전산화가 되어있지 않거나, 개발 진행 중이거나 하는 등의 업무다.)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업무 사고가 나는 등의 소란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셨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에게 장난 삼아 '너네 업무 안 바꿀래? 업무를 바꿔야 다양한 것도 해보고 좋지~'하며 의중을 떠보셨던 것이었다. 하지만 다들 탐내하는 업무도 아니고 각자가 골치 아파하던 업무를 하나씩 골라 모아놓은 일이라 다들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던 와중에 같은 업무를 2년 6개월 째 하고 있는 내가 눈에 들어오신 것 같다.


이러한 의중이 눈에 보여서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상무님까지 오셔서 '네가 이 업무 맡는 거니~?'하고 물어보셨다. 여기서 싫다고 해봤자 나만 손해라서 일단 시키시는 대로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자리로 돌아왔다.




새로운 직원을 불쌍히 여기고 있었던 나인데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새로운 직원이 오면 2-3주 동안 새로 일 할 수 있게끔 모든 시스템을 알려준 후 내 업무를 넘겨야 하고 나는 한 명씩 찾아뵙고 업무를 가져와야 할 것이다. 또 가져온 업무들은 루틴하게 할 수 있는 업무들이 아니다. (다들 괜찮겠냐며 걱정하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가 남몰래 간직하던 글쓰기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벌써 8년 차, 솔직히 업무에 질릴 대로 질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만 바라보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이제 그럴 수 없다니. 청천벽력과 같았다.


게다가 내 업무를 새로운 직원에게 넘긴다고 하니 갑자기 내 업무와 관련해서 개발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새로운 직원이 맡고 나서 요청이 와도 됐을 텐데 싶고 모든 게 야속했다.


그래서 아 이제 드디어 이직할 때가 된 것인가 생각했다. 그동안 꼭 가서 살아보고 싶었던 대전으로 내려가고 싶었다. 아직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했고 증권사 경력만 있는 내가 지원할 만한 기업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원할 만한 일자리가 두어 곳 있었다.


하지만 꼭 모양새가 도망치는 것만 같아 고민이 됐다. 도망친 곳에 내 자리는 없는 법이다.




아침에 이러한 고민들을 안고 달리기를 했다. '주님 제발 제게 답을 주세요.'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달렸다. 매번 마음 졸이고 근심 걱정하게 됐던 증권회사의 업무를 (사실 나랑 정말 안 맞는 것 같다.) 계속해나가야 할지, 근데 도망치는 곳에 내 자리가 과연 있을지 너무 고민됐다.


하늘을 바라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주황빛이던 하늘이 금세 새파란 하늘에 잠식 됐다. 주황빛 하늘이 있었던 것인지도 헷갈릴 만큼 금세 하늘은 파랗고 고요했다.


그리고 오늘 내게 주어진 말씀을 묵상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 디모데후서 1:7




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무시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심지어 7년 넘게 근무를 해오며 나름의 증권업과 관련된 짬바도 생겼다. 그런 내가 대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채로 대전의 일반 회사에 들어가서 절반도 되지 않는 연봉을 받으며 익숙지 않은 업무를 하면서 버틸 수 있을지 고민 됐다.


그리고 서울 안에서 이직을 한다고 생각해 보면 증권사 안에서 이동을 해야 할 텐데 내가 하는 일은 정규직 자리가 잘 나지 않는다. 그리고 더 큰 곳으로 옮기지 않는 이상 이동하는 것에 별 의미도 없다. 마지막으로 제일 큰 문제는 남편의 이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원할 곳이 많이 없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넘어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라 오직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능력과, 사랑하는 마음과 또 절제하는 마음이라는 말씀이 너무 와닿았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어려움을 이겨낼 능력을 기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랑의 마음과 여가시간을 줄이고 글을 쓰는 절제가 있으면 모든 것은 해결될 터였다.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나는 어려운 길로 가려하지 않았는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으로 어려운 길을 택한 나다. 그렇다면 내 본업에서도 어려운 길을 가야 하지 않을까. 어려운 길 즉 좁은 길을 가며 고통 속에서 나 자신을 인내와 절제로 연단해 보는 것이다. 그럼 더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메멘토 모리. 한번뿐인 인생이고 참기만 할 수 없는 하루인데 언제까지 버티면서 일할건지 말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찾아서 떠난다고 해서 한번뿐인 인생을 잘 살았다고 느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이 좁은 길로 나아가는 것이 결국엔 내게 아모르파티일 수도.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좁은 길로 가보려 한다. 이직을 하지 않으려 한다. 최대한 버텨볼 것이다.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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